검찰이 뇌물 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한명숙 전 총리의 측근 인사가 이 사건 핵심 증인에게 진술을 바꾸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이 있다며 수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21일 한 전 총리 재직 당시 총리실 경호관을 지낸 현직 경찰관 윤모씨를 불러 이틀째 조사했다. 앞서 윤씨는 지난 18일 재판에서 “오찬이 끝나면 대개 총리가 먼저 나오고, 총리가 먼저 나오지 않으면 (밀착경호 차원에서) 안에 들어가 인원을 확인한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김주현 3차장 검사는 “윤씨의 법정 진술은 지난 1월 검찰 조사 과정에서 밝힌 내용과 다르다”면서 “윤씨가 다른 이유로 법정에서 진술을 바꾼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있어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윤씨는 당시 검찰에서 “총리 공관에선 밀착경호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진술했었다.
이에 대해 황씨 측은 “윤씨는 쌍방 증인이어서 만나서 상담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해명했다. 한 전 총리 측 변호인단도 이날 서울중앙지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재판에 불공정하게 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광희 변호사는 “법정 증언을 마친 증인에 대한 조사는 법원에서 인정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는데도 윤씨를 불러 조사한 것은 현장검증에서 유리한 진술을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지인끼리 만난 것을 압력이라고 보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현재는 총리 집무실로 쓰이는 오찬장은 테이블 한 개에 참석자 몇 명이 앉을 수 있는 정도의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가 주최하는 공식 연회는 대개 전통 한옥인 삼청당에서 열린다. 하지만 총리의 개인 모임인 경우 이곳에서 열리기도 했다. 현장검증과 관련해 총리실 측은 “공관은 총리의 사적인 영역이고, 현장검증 전례가 없다”며 법원에 비공개 진행을 요청했었다. 하지만 법원은 “비공개 불가”를 총리실에 통보했다. 재판부는 또 26일 정세균 민주당 대표를 증인으로 불러 오찬 당시 상황에 대해 물어볼 계획이다. 24일에는 구속 수감된 이국동 전 대한통운 사장이 출석한다. 한 전 총리에 대한 피고인 신문은 29일로 예정돼 있다.
이현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