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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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예견된 일이었지만 북한은 미국이 지정하는 테러지원국 멍에를 여전히 벗지 못하고 있다.

이 상황은 북한이 서방의 지원을 받는 데에 치명적인 족쇄가 되고 있다. 설령 미국에서 민주당 정부가 재집권했더라도 북한이 테러지원국에서 제외된다는 보장은 애당초 없었다.

지난해 10월 북한은 북.미 공동성명을 통해 테러 반대 입장을 천명했지만 이것은 선언일 뿐 미국이 요구하는 실천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해 말 북.미 화해과정에서도 북한이 보호하고 있는 1970년 일본 요도호 납치 적군파 요원을 추방할 것을 명시했다.

1일(현지시간) 발표된 테러보고서는 북한이 이들에게 은신처를 계속 제공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필리핀 이슬람교 테러조직과도 무기거래를 한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설명한 에드먼드 헐 국무부 대(對)테러조정관 대리는 "우리는 북한의 선언이 어떻게 행동으로 옮겨지는가를 감시하고 있다" 고 말했다.

클린턴 행정부 때는 그래도 이와 같은 문제를 협의할 대화창구가 가동됐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정권에 들어와서는 협상 자체가 중단돼 있어 테러지원국 해제를 통한 국제자금 조달이라는 북한의 전략은 더 큰 벽에 부닥치고 있는 셈이다.

북한이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관의 자금을 지원받으려면 테러지원국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 국내법은 재무부의 자원이 테러지원국에 지원되는 것을 막고 있는데 미국은 두 기관의 대주주이므로 사실상 지원자금의 대부분이 미국 달러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두 기관을 우회해 먼저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들어가려고 지난해 8월 가입을 신청했다.

그런데 미 공화당 정부는 오는 9~11일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리는 ADB총회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가하려는 북한 대표단에 비자를 내주지 않고 있다. 공화당 정부는 지원을 찾아 서방세계로 진입하려는 북한의 통로를 차단하면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도록 하는 압박전술을 구사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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