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모인 여야대표] 정대스님 "입 봉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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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일 오전 '부처님 오신 날' 기념식이 열린 서울 조계사에 민주당 김중권(金重權)대표.이인제(李仁濟)최고위원,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 자민련 김종호(金宗鎬)총재권한대행 등이 참석했다.

전날 밤 국회 본회의장에서 총리 해임건의안 표결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인 때문인지 여야 지도부는 악수만 하고, 별다른 대화는 없었다.

◇ "젊어 보이고 싶어" =관심은 이회창 총재와 조계종 정대(正大)총무원장의 첫 대면이었다.

"李총재가 집권하면 희대의 정치 보복이 없으란 법이 없다" 는 정대 스님의 발언 파문(1월 19일)이후 1백여일 만에 두 사람이 만난 것.

정대 스님은 4층 총무원장실에서 여야 지도부에 "구설이 많아 입을 봉하기로 했다" 고 말했다.

그러면서 李총재에게는 "건강이 좋으신 것 같다" 고 덕담을 건넸고, 李총재는 "많은 분이 오셔서 참 좋습니다" 고 화답했다.

이에 앞서 李총재는 불교방송(BBS)과 특별대담을 했다.

- 정대 스님 발언 당시 심정은.

"처음에는 깜짝 놀랐다. 그러나 나에게 부족한 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분들이 그런 생각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

- 최근 머리를 염색했다는데.

"젊어 보이고 싶어 바꿔봤다. 사람이 갑자기 바뀌면 안되는데, 주변에서 충고해 받아들였다. "

- 포용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1차적으로 내가 부족하다고 반성하고 있다. 그러나 포용력과 정도(正道)를 혼동해서는 안된다. "

그러면서 李총재는 한나라당이 지향하는 이념에 대해 "보수의 기조 위에서 개혁을 지향하는 이른바 개혁적 보수 정당" 이라고 설명했다.

"정당은 사회 다수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기 때문에 보수와 진보가 함께 있는 것은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다. 근본주의자들로만 뭉친 당은 수권정당이 되기 어렵다" 고 李총재는 강조했다.

◇ "근로자 건강 관리에 최선" =정대 스님은 김중권 대표에게도 "그동안 바쁘신 것 같더라" 고 했고, 金대표는 "노동절을 맞아 인천의 산재(産災) 병원에 다녀오는 길" 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金대표는 인천 중앙병원에서 산업재해로 치료를 받고 있는 대우자동차 근로자를 찾아 "우리 당은 산업안전에 만전을 기할 것이며 근로자들의 건강을 지키는 데 최대한 노력하겠다" 고 다짐했다. 이인제 위원은 서울.경기지역 사찰 14곳을 다녔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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