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와히드 '2차 탄핵' 위기 직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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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인도네시아 정국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인도네시아 국회는 지난달 30일 공금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와히드(사진) 대통령에 대한 2차 해명요구서 발부를 3백63대 52의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켰다.

이는 사실상 와히드에 대한 탄핵절차에 돌입했음을 의미한다. 와히드가 한달 안에 부패의혹을 씻지 못하면 헌법상 최고 의결기관인 국민협의회(MPR)가 소집되기 때문이다.

일단 원내 세력분포로는 와히드가 절대 불리한 형국이다. 메가와티 수카르노 푸트리 부통령이 이끄는 원내 제1당 민주투쟁당과 제2당인 골카르당 등 7개 정파가 반 와히드 연대를 굳게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맞서는 와히드는 "부패에 연루되지 않았다" 는 종전의 결백주장을 되풀이하면서 탄핵정국을 정면돌파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와히드는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최대 이슬람단체 나들라툴 울라마(NU)의 회원들을 동원해 헌법 수호를 명분으로 내걸고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시위를 하거나 정적들을 위협해 하야압력을 무력화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치안이 극도로 불안해지면서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와히드의 '홍위병' 격인 NU 회원들은 지난달 중순 와히드 사임을 요구하는 대학생 시위가 잇따르자 골카르당 지방당사를 불지르고 항구를 점령한데 이어 자카르타로 몰려가 국회의사당을 점거하는 등 완력을 행사했다.

따라서 와히드가 선택할 수 있는 보다 현실적인 방안으로 메가와티 부통령에 권한을 위양하고 상징적인 국가원수로 남는 방안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그는 군중집회를 통해 자신의 대중적 인기를 과시하는 한편 막후에선 메가와티를 비롯한 각 정파 수뇌들과 극적 협상을 모색하는 등 '강온 양면작전' 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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