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출신 김여인 병역면제 알선 '마당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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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박노항 원사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구속된 영화배우 출신 金모(54)여인은 朴원사 관련 비리에 당초 알려진 것보다 더 깊이 개입해 왔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정 고교 학부모회 등을 통해 병역면제 희망자를 소개하고 朴원사에게 휴대폰을 개설해 줬으며, 朴원사의 채무자에게 돈을 받아준 일 등이 나흘간의 조사에서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군 수사반은 이에 따라 金씨의 또다른 역할을 집중적으로 캐고 있다. 朴원사와 金씨가 자동차 접촉사고 때문에 만났다는 주장도 사전 각본에 의한 거짓말이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 金여인의 폭넓은 역할=수사 당국은 金씨가 서울 S고 학부모회 등을 통해 병역면제 희망자 몇명을 朴원사에게 소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아들 병역면제를 청탁한 혐의를 받는 전 언론사주 부인도 金여인이 朴원사에게 연결해준 것으로 본다. 수사 관계자는 "그 부인과 金씨는 비슷한 또래로 한때 같은 분야에서 사회 활동을 했다" 며 "평소 연락을 주고받을 정도의 교분을 유지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고 말했다.

수사반은 또 金씨가 S고 학부모회의 또다른 金모(59)여인으로부터 5백만원을 받아 도피 중인 朴원사에게 전달한 혐의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朴원사에게 1천만원을 꿔갔던 金여인에게서 구속된 金씨가 5백만원을 받아 朴원사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고 밝혔다. 휴대폰의 경우 朴원사가 도피 때 사용한 세개 중 하나를 구속된 金씨가 자기 명의로 개설해 주었다는 것.

◇ 각본으로 드러나는 차 사고=수사 관계자는 또다른 金씨도 구속된 金씨와 마찬가지로 "朴원사를 동생과의 차 사고처리 과정에서 알게 됐다" 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추궁이 계속되자 "사실은 학부모 회원을 통해 소개받았다" 고 털어놓았다는 것. 이 관계자는 "朴원사의 도피를 도운 측근 C씨가 그렇게 입을 맞추도록 미리 사주한 것으로 알고 있다" 고 밝혔다.

수사 당국은 이들의 똑같은 주장이 朴원사와 S고 학부모회 관계자와의 연결부분을 숨기기 위한 각본이었을 것으로 본다.

◇ 또다른 연결고리 權모씨=朴원사와 S고 학부모들의 연결고리에 權모라는 인물도 새로 등장했다. 또다른 金여인을 朴원사에게 소개한 인물이다.

權씨도 朴원사를 통해 아들의 병역을 면제시킨 것으로 알려져 추가 병역비리 사례가 드러날 전망이다.

◇ 군내 지인에 도피자금 요청=수사반은 朴원사가 잠적 초기 자신의 상사였던 예비역 준위 B씨에게 3천만원을 받아내려 했다는 첩보를 입수, 확인 중이다. 관계자는 "그러나 돈이 전달된 흔적은 아직 찾지 못했다" 고 말했다.

정용환.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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