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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풍경] 한식당 '맛깔상차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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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고급 레스토랑의 식탁엔 꽃이 있다. 수줍은 듯 꽃망울을 터뜨린 빨간 장미, 소담스럽게 핀 노란 프리지어 등. 종업원이 가지만 잘라 유리컵에 담은 꽃 한 송이든 플로리스트의 손을 거친 작품이든 모두가 꽃의 아름다움을 눈으로 즐기는 장식품이다.

만일 식탁 위에 놓인 것이라고 날름 먹어치우는 사람이 있다면 외계인 내지는 동물처럼 보는 옆 테이블 손님들의 묘한 시선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서울 서초구 방배세무소 옆에 위치한 한식당 '맛깔상차림' 에서도 식탁에 꽃이 오른다. 그런데 이 집의 꽃은 화병이나 수반이 아니라 식기에 담겨 나온다.

꽃의 아름다움을 눈으로 보는 데 그치지 않고 맛까지 즐기는 것이다. 이 곳에선 꽃을 먹지 않고 남기면 오히려 이상한(?) 사람이 된다.

이 집 대표메뉴인 버섯불고기 꽃쌈정식(1만5천원). 상차림이 시작되면 맨 먼저 양상추 샐러드가 나오는데 팬지 몇 송이가 곁들여져 노란 소스 아래 담겨 있다.

"이것도 먹는 거예요? 이렇게 예쁜 것을…. " 이 집을 처음 찾은 손님이라면 한 번씩 짚고 넘어가는 말이다. "먹는 꽃이니 부담 갖지 말고 한번 드셔보세요. " 종업원의 권유에 못 이기는 척하며 우선 소스가 묻지 않은 꽃잎을 하나둘 젓가락으로 따서 입으로 가져간다. 은은하게 풍기는 달콤한 맛에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묘한 표정을 짓다가 젓가락질 다툼이 벌어진다.

다음에 나오는 쌈 야채 쟁반에는 자연의 오묘한 빛을 품은 10여 가지 꽃이 푸른 쌈거리 사이에 고개를 내밀고 있다.

야채의 싱싱함과 꽃의 아름다움이 한데 어우러져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꽃과 야채 모두가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것이란다. "베고니아는 시고 한련화는 맵다" 는 종업원의 설명을 들으며 꽃마다 가지고 있는 맛을 음미한다. 쌈야채 15가지를 골고루 섞어가며 버섯 생불고기를 구워 올려 입을 크게 벌려 넣는다.

야채마다 독특한 맛을 즐기는 것도 재미있다. 나머지는 영양 돌솥밥.된장찌개에 감자전.꽃게무침 등 20여 가지 밑반찬이 나오는 쌈밥 상차림이다.

쌈밥에 꽃 몇 가지 맛 보고 내는 식비로는 다소 비싼 편이란 생각도 들지만 어른 네 명이 3인분을 시켜도 될 만큼 고기.야채 등이 넉넉해 받아들일 만하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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