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쇼 MC로 복귀한 이승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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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 보니 기자와 이승연(42·사진)의 공통점. ①1979년 TBC 고별방송 때 울었다. 어려서 이유는 잘 몰랐지만 TV 출연자들을 따라 함께 울었다. ②아이폰으로 갈아타고 싶은데 지금 쓰고 있는 휴대전화의 할부약정이 남았다. ③별명이 ‘헛똑똑이’다. 이승연 자신의 고백이다.

객담이 길어졌다. 그래도 1990년대 톱스타 여배우와 일반인인 기자가 통한다는 것, 그것이 이승연이 올 1월부터 MC를 맡고 있는 스토리온 채널 ‘토크&시티’(수요일 밤 12시)의 순항 이유다. 케이블 토크쇼로는 제법 높은 1% 안팎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30·40대 여성의 패션·뷰티·라이프 스타일 정보를 전하는 이 프로그램은 특히 ‘아줌마 겸 커리어우먼’들에게 호응이 높다. 방송이 끝나면 “이승연처럼 입으려면 어디서 사야 하느냐”는 게시판 질문이 쏟아진다.

“팬들처럼 저도 애 낳고 뱃살·주름 신경 쓰이는 나이니까 커버하는 요령을 일러 주죠. 직업이 연예인이란 거지, 마흔 줄에 사람 사는 거 다 비슷해요.”

도회적인 ‘시크’함의 대명사였던 그가 이렇게 ‘푹 퍼진’ 말을 늘어놓을 줄이야. “생긴 것만 이렇지 원래 시골스럽다”고 천연덕스레 말한다. 방송에서 “나 산전수전 다 겪은 이승연이야”라고 말한 게 과장이 아닌 셈이다. 이런저런 굴곡끝에 2007년 결혼, 지난해 딸을 낳으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좋아하는 게 뭔지가 분명해진 덕분”이다. “20대 땐 등 떠밀려 일했는데, 이젠 생긴 대로 살고 보여주는 데 거리낌이 없어요.”

말하자면 이승연은 ‘스타 리얼리티’의 30·40대 버전을 보여주는 셈이다. 이승연이 TV 복귀작으로 예능 프로를 택한 것도 “드라마에선 맡을 만한 역할을 못 찾아서”였다. 로맨스물은 지나갔고, 아줌마 역할은 이른 애매한 나이. 리얼리티 예능 프로를 통해 시청자에게 그녀는 “여자 나이의 회색지대에 쿨하게 사는 법을 일러 주는 역할”(‘토크&시티’ 이진민 연출의 말)을 한다.

그래도 명색이 여배우. 또래 고현정·이미연의 ‘제2전성기’가 부럽진 않을까. “다들 멋져 보여요. 하지만 제게도 때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면 됐지, 나머지는 내려놓고 살아야죠. 요즘은 오히려 더 나이가 들었을 때를 상상해요. 장미희 선배처럼 마르지엘라 드레스를 멋지게 소화하는 모습이요. 저요, 남한테 어떻게 비치는 것보다 제가 즐겁게 사는 게 좋아요.” 이승연과의 공통점, 하나 더 늘었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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