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비리 '몸통' 박노항원사 검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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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병역비리의 주범 박노항(朴魯恒)원사가 도피 3년여 만인 25일 검거됨에 따라 그동안 답보상태에 빠졌던 정계와 군을 비롯한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병역비리가 드러날 것으로 보여 큰 파문이 예상된다.

국방부 검찰단은 이날 오후 검찰단장 주재로 군.검 합동 긴급회의를 열어 지금까지 확보된 병역비리 수사 관련 자료를 정밀 검토하는 한편 朴원사의 도피경위와 비호세력에 대해 밤샘조사를 벌였다.

검찰단 관계자는 "朴원사에 대한 수사는 ▶그동안 해결되지 않은 정.재계 유력인사 자제 관련 1백여건의 병역비리▶추가 병역비리 여부▶수사중단 압력의 실체 규명▶도피행적.협조세력 수사 등 네 갈래로 나누어 철저히 파헤칠 방침" 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피신장소와 자금을 제공하는 등 朴원사의 도피행각에 개입된 사람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사법처리할 방침" 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서영득(徐泳得)검찰단장은 "朴원사의 병역관련 혐의는 현재 드러난 것만 1백여건에 이르고, 오간 뇌물 액수도 수십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며 "朴원사 수사는 국방부가 맡고, 관련 민간인 수사는 서울지검에서 파견된 두 개 수사팀이 맡는 형식으로 군.검 합동수사반을 재가동할 것" 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朴원사는 이날 오전 10시쯤 은신 중이던 서울 동부이촌동 현대아파트 33동 1113호에서 국방부 검찰단 수사관들에 의해 검거됐다. 朴원사는 검거 직후 묵비권을 행사했으나 심경의 안정을 찾으면서 도피행적과 근황에 대해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朴원사의 형(63)과 누나(57)의 행적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지난 20일께 은신처를 확인했다" 고 설명했다. 형과 누나는 이날 오후 자택에서 각각 수사관들에게 연행돼 조사를 받고있다.

朴원사는 병무청 파견수사관으로 근무하면서 병역면제.카투사 선발.보직 조정 등 각종 병역비리에 연루된 혐의를 받다 당국의 수사가 시작되자 1998년 5월 종적을 감췄었다.

김민석.안성규.전익진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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