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음악시장 요란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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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법원의 폐쇄 경고가 나온 뒤 냅스터가 위기에 몰리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주요 음반사들이 잇따라 회원제 유료 음악서비스를 발표하고 나섰다. 이들은 5년내 지금보다 열배 이상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온라인 음악시장을 놓고 이미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 온라인 음악서비스 봇물=이달 초 불과 나흘사이에 대형 기업들이 참여하는 네개의 음악서비스가 발표됐다. 이 중 특히 관심을 모으는 것이 미국 메이저 음반사들이 주축이 된 '뮤직넷' 과 '듀엣' 이다.

뮤직넷은 리얼플레이어로 유명한 리얼네트웍스(http://www.realnetworks.com)가 워너뮤직.BMG.EMI 등을 끌어들여 올 여름에 시작하는 회원제 온라인 음악서비스다. 워너뮤직 등 3개사의 미국 시장점유율은 39%에 달하는데, 여기에 베르텔스만과 제휴관계인 냅스터의 참여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태다.

이에 맞서는 듀엣은 유니버설뮤직과 소니뮤직이 50대 50으로 만든 온라인 음악제공업체. 양사는 미국 시장 점유율이 45%를 차지하고 있는 음반업계의 거물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뮤직넷과 듀엣이 막강한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향후 온라인 음악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음악 케이블 채널인 MTV(http://www.mtvi.com)도 유니버설뮤직 등 5대 메이저 음반사와 계약을 하고 자사 인터넷 라디오 사이트에서 1만여곡의 음악파일을 유료(곡당 99센트, 앨범당 18.98달러)로 제공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소프트웨어업계의 절대강자 마이크로소프트(MS)도 온라인 음악서비스인 'MSN 뮤직' 을 공개했다.

◇ 어떤 전략을 내세우나=뮤직넷과 듀엣을 주도하는 메이저 음반사들은 저작권을 무시하고 공짜로 음악을 즐기던 냅스터 시대를 종료시키겠다는 목표다. 즉 유료 회원제를 기반으로 제작된 음악목록을 자사 사이트는 물론 제3의 사이트들을 통해 공급하면서 음악판매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대시킨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런 전략을 앞세워 냅스터측 주장(음반회사나 저작권자로부터 일일이 허락받지 않아도 음반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요구)을 반박하고 있다. 듀엣은 지난 5일 세계 최대의 포털사이트인 야후를 첫번째 음악 배급업체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MTV와 MS의 서비스도 결국 이들 음반사와의 라이선스 계약을 기초로 한 것이다. MSN의 경우 유료 다운로드 서비스를 위해 현재 음반사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는 지난해 가을 인수한 몽고뮤직이 개발한 '소리검색기능' 이라는 신기술을 도입했다.

◇ 전망=온라인 서비스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한 조사기관은 유럽시장의 경우 지난해 3억3천만유로에서 2006년엔 20억유로로 여섯배 가까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황금알을 낳는 시장이라고 할 만 하다.

하지만 공짜로 음악을 듣는데 익숙해 있는 기존의 온라인 음악팬들이 과연 지갑을 선뜻 열 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 아울러 일부 대형 음반회사들이 호언하는 대로 과연 한달에 5달러 정도의 이용료만 내면 거의 제한없이 모든 음악을 즐길 수 있을 지도 확실치 않으며, 음반사와 독립적 온라인 서비스사간에 라이선스 계약조건을 둘러싼 마찰이 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냅스터가 폐쇄된다 해도 과연 냅스터의 기발한 파일 공유서비스(P2P)가 사라질 것인가 하는 것이다. 사라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또한 파일을 주고 받을 때 중앙서버에 흔적이 남는 냅스터와는 달리 요즘 새로 등장한 그누텔라.아이메시.프리넷 등의 P2P 사이트에는 음악파일을 교환해도 흔적조차 남지 않는다. 이들을 추적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얘기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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