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의 옛 영웅’ 무리뉴, 첼시의 발목 잡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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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첼시의 유리 지르코프(오른쪽)가 넘어지면서 공을 뒤쫓는 모습을 무리뉴 감독(왼쪽)과 첼시의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나란히 서서 지켜보고 있다. [런던 AP=연합뉴스]

이탈리아 명문 축구 클럽 인터 밀란의 주제 무리뉴(47) 감독은 첼시 감독 시절 ‘스탬퍼드 브리지의 황제’였다.

2004년 6월부터 2007년 9월까지 첼시를 이끄는 동안 홈 구장 스탬퍼드 브리지에서는 패하는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60차례의 프리미어리그 홈경기에서 한 번도 지지 않았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FA컵 등으로 범위를 넓혀도 2006년 2월 챔피언스리그에서 바르셀로나에 무너진 것이 홈에서 당한 유일한 패배다(2005년 칼링컵 찰턴전 승부차기 패배는 공식 기록상 무승부).

무리뉴 감독은 첼시에서 185경기 124승40무21패라는 경이적인 승률을 기록했고 프리미어리그 2연패 등 6개의 트로피를 첼시로 가져왔다. 하지만 그는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쫓겨나듯 첼시와 이별했다. 무리뉴 감독은 17일(한국시간) 인터 밀란을 이끌고 3년여 만에 스탬퍼드 브리지를 찾았다. 첼시와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을 치르기 위해서였다.

팀은 바뀌었지만 그는 여전히 ‘스탬퍼드 브리지의 황제’였다. 무리뉴의 지휘 속에 인터 밀란은 후반 33분 터진 사뮈엘 에토의 결승골을 앞세워 첼시에 1-0으로 이겼다. 인터 밀란은 1, 2차전 합계 3-1로 첼시를 물리치고 4년 만에 8강에 올랐고 첼시는 탈락했다. 스탬퍼드 브리지에서 펼쳐진 무리뉴 감독의 복수극인 셈이다.

무리뉴는 “모든 것이 완벽했다. 인터 밀란은 위대한 승리를 거뒀다”며 8강행을 기뻐했다. 이어 표정을 바꾼 그는 “난 첼시와 스탬퍼드 브리지, 이곳 사람들을 좋아한다”며 친정팀 첼시를 위로했다.

김종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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