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티의 소리] 사회복지사 전문성 강화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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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현대사회에서 국가의 복지 개입을 통한 경제적 안전의 보장과 평등의 증진은 국민 개개인의 행복 추구를 위한 필수조건이다.

복지국가로부터 제공되는 각종 복지혜택이 시장경제와 이웃에 대한 의존성을 감소시키고, 국민 개개인의 생존능력을 증진시킴으로써 인적자원 개발에 기여해 궁극적으로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향상시키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도 국민의 권리의식 신장에 따라 분배정의의 실현과 복지에 대한 기대수준이 급상승하고 있다.

또 구조조정 과정에서 소외계층의 상대적 박탈감이 심화되고 있어 복지부문에 대한 욕구는 날로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세계에서 가장 빠른 노령화 추세를 보이는데다 가족 해체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사회 전체의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사회복지 서비스는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담당인력의 능력과 전문성에 따라 서비스의 질이 크게 좌우된다.

따라서 사회복지 수급자들에게 적절한 생활보장을 해주고, 그들의 개별적 상황에 맞춰 재활하고 자립할 수 있는 환경과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주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전문적인 기술과 능력을 가진 유능한 인력의 확보가 필수요건이다.

선진 복지국가에선 주로 전문대학원을 통해 사회복지 인력을 양성하고 있으며, 철저한 자격증 제도와 자격증 소지자에 대한 다양한 보수교육 체계를 수립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3년부터는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얻으려면 국가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사회복지사에 대한 처우개선 조치가 미흡하고 관계 당국의 인식부족으로 그 효과가 감소하고 있다. 대졸 사회복지사들의 평균 임금은 동등학력의 교사나 간호사의 60~70%수준에 불과하다. 이러한 차이는 각종 수당의 지원이 미흡하고 노동법에 의한 퇴직금이나 복지후생제도 등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같은 분야의 사회복지기관이나 시설로 전직해도 과거 경력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유능한 사회복지사들의 업무 만족도가 매우 낮고 조기에 이직하는 사례가 많다.

실제로 최근 한국사회복지사협회가 실시한 사회복지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직 희망자가 48%에 이르렀는데, 직장비전이나 자기발전 가능성이 없고 임금수준이 낮은 것이 주된 이유였다. 이로 인해 우리 사회의 복지서비스 기술의 축적을 어렵게 만들고 국민의 복지욕구를 효과적으로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정부 복지정책에 대한 수급자의 만족도는 최일선 사회복지 인력의 직무만족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게 선진 복지국가의 경험이다.

중앙정부에서 아무리 좋은 복지정책을 수립하고 홍보하더라도 국민의 복지수준 체감은 일선 사회복지 실무자와의 접촉을 통해 얻어진다는 것이다.

민생의 첨병들인 대민 복지업무를 담당하는 사회복지사들이 열악한 근무여건으로 불만이 가득할 때, 이는 그대로 수급자에게 전달되게 돼 있다.

따라서 복지국가에서는 사회복지 실무자들의 복지가 국민복지를 증진시킨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닫고 있다.

최소한 사회복지 인력의 봉급을 정부에서 책임지는 제도를 도입한다면 유능한 인력의 확보와 복지서비스 개선에 큰 진전이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사회복지시설의 장(長)이나 실무자들을 자격증이 있는 전문인력으로 배치하고, 사회복지 분야 공익성.전문성을 인정해 최소한 공무원이나 교사수준으로 처우를 개선하며 단일호봉제에 의한 임금체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사회복지 업무는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특성을 갖고 있어 서비스가 제공되면 수요자가 몰려 사회복지 종사자들은 항상 과로에 시달리게 된다.

따라서 근무환경 개선과 함께 전문성을 강화하고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훈련 제공이 중요하다. 이는 정부차원의 예산확보가 선행될 때 실효성을 갖는다.

기존의 사회복지서비스 예산편성 수준으로는 사회복지 종사자의 근로조건이나 보수체계의 개선을 전혀 기대할 수 없다. 이에 정부 사회복지서비스 부문 예산의 획기적인 확충이 절실히 요구된다.

정무성 <카톨릭대 교수.사회복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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