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특정계층 정보독점이 부패 불러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때로는 위기가 또 다른 기회를 뜻한다. 1997년 말의 외환위기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인 정경유착을 교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한국사회가 사활을 걸고 해결해야 할 문제도 바로 정치와 경제의 비효율적인 연결고리를 끊는 것이다.

정경유착은 특정계층이 경제와 관련한 정보를 독점할 수 있는 상황에서 가능하다. 정보의 독점은 부패를 초래함은 물론 체제의 효율성을 낮추고 나아가 민주주의의 원리를 근본적으로 저해한다.

정보공개를 통해 정경유착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가능성을 두가지 측면에서 발견한다. 그 하나는 값비싼 대가를 지불하고 일궈낸 시민운동세력이다. 정보화는 정보기술의 응용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 조직과 조직, 그리고 국가와 사회간의 관계를 변화시키는 것이 정보기술이다.

국회의원 선거의 공천과정을 뒤흔들어 놓은 낙선운동은 공식적인 위헌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만이 보여줄 수 있었던 저력이었다. 시민운동세력이라는 사회적 자본은 한국의 정보화를 의미있는 방향으로 진행시킬 가장 중요한 정보화 자원이다.

둘째는 정보기술의 지혜로운 적용이다. 필자도 참여했던 올 3월의 미국 행정학회에 전시된 서울시의 민원처리 온라인 시스템은 부패와 비효율성을 재생산하는 악순환구조를 개혁할 수 있는 투명한 행정절차로 세계 학자들과 정부 관계자들의 지대한 관심을 끌었다. 정부와 사회 조직에 이러한 시스템이 확산돼야 한다.

문제해결의 단서가 내부에 있음을 우리는 쉽게 망각한다. 우리가 갖고 있는 귀중한 자산을 제대로 평가하고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야 할 시기에 우리는 서 있다.

한종우 <미국 시라큐스대 정치학과 조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