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씨네 앨리스의 강남산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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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강남구씨네 앨리스의 강남산책(blog.naver.com/alicegangnam, 이하 강남산책)’이 문을 연 지 1년이 됐다.강남 지역의 다양한 소식을 전하는 블로그로, 강남구가 운영하고 있지만 실은 이 공간을 더욱 알차게 만들어주는 이들은 따로 있다. 생생한 정보를 위해 열혈 활동을 펼치고 있는 블로거 3인을 만났다.

알짜 정보 위해 종일 취재, 사명감도 생겨

도대체 뭐 하는 블로그지? ‘강남구씨네 앨리스의 강남산책’이라는 말랑말랑한 이름 덕분에 얼핏 보면 개인 블로그처럼 보이기도 한다.호기심 많은 '앨리스'라는 동화 속 캐릭터처럼 강남구에 사는 ‘앨리스’가 돌아다니며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담는다는 의미로 지은 블로그명이다. '생생이벤트' '강남 그곳 n' '취재일기''문화캘린더'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구성돼있다.

지난해 봄 모집한 블로그 기자 중 지금까지 활발하게 일하고 있는 사람은 10여 명. 대학생 성윤규(25)씨는 행사 취재, 문화 콘텐트 기획등 다양한 활약을 펼치고 있는 블로거 중 한명이다. 성씨의 블로그 닉네임은 ‘T맥’. 한 달에 3~5건의 기사를 맡아 진행한다. 지난해 개천절에 열린 국제평화마라톤대회는 가장 힘들었지만 보람 있는 행사였다.

“마라톤이 시작되는 새벽부터 저녁에 이루어진 조용필 콘서트까지, 하루 종일 뛰어다녔죠. 힘들었지만 제대로 현장을 전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겨 열심히 사진 찍고 취재했어요.”

구 주최 행사를 취재하는 경우가 많지만 블로그들이 직접 기획·취재를 하기도 한다. ‘카페 레인보우 탐방기’는 성씨가 기획 취재한 것이다. “한남대교를 건너는데 중간에 이상한 건물이 있는 거예요. 숨어있는 알짜 공간을 알려야겠다 싶어서 취재하게 됐죠.”

25년째 강남토박이인 성씨는 “뭔지 모르고 그냥 지나치는 것들 중에도 좋은 공간이나 정보가 많다”며 “앞으로도 강남 곳곳의 숨은 보물들을 많이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소설가 이민경(25)씨도 강남구 블로그 기자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트렌디한 감성 소설을 쓰는 그는 블로그 활동 덕분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것을 접할 수 있어 소설 작업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영향력’이라는 닉네임의 이씨는 문화·예술 분야에 관심이 많다. 무료로 즐기는 고품격 음악회인 ‘목요상설무대’나 책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는 ‘개포도서관’ 같은 곳은 많은 사람들이 알면 정말 좋겠다 싶어 직접 취재를 기획했다.

현장을 다닐 때 가장 어려운 점은 취재 허가 과정이 간단치 않다는 것. “뭐 하는 사람인데 여기 들어오냐”며 취재에 제재가 가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명함이 있는 것도 아니고 ‘블로그’가 뭔지에 대한 설명부터 해야 하니까 얘기가 길어지죠. 조금 번거롭긴 하지만 블로그 활동 덕에 얻는 것도 많으니까 괜찮아요.”

댓글에 보람 느껴 잠까지 줄이며 활동

‘우렁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는 주부 김은영(37)씨는 ‘강남산책’ 기자단 참여 외에도 인기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개인 블로그 ‘우렁이의 초록별 표류기’는 하루에 1500명 정도의 방문자가 다녀간다.

이십대 초반 나이에 결혼해서 10년이 넘게 살림만 하다가 2년 전, 블로그의 세계에 ‘푹~’빠지게 됐다. 김씨는 “주부 입장에서 다양한 알뜰 정보들을 잘 전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블로그 기자단 참여 동기를 밝혔다.

특이하게도 김씨가 사는 곳은 경기도 광주시다. 강남구에 살다가 이사를 갔지만 먼 거리를 마다 않고 강남 지역을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개인 블로그와는 달리 구청에서 운영하는 블로그라 더 정확하고 상세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그래서 최근엔 글쓰는 법에 대한 책을 보면서 나름대로의 공부도 하고 있다.

굳이 블로그 활동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것을 보면 꼭 직접 찾아서 봐야하고 행사도 다 참여해봐야 직성이 풀린다는 김씨. 그렇다고 집안일을 소홀히 하진 않는다. 혹여 남편이 블로그 활동을 못하게 할까봐 3~4시간씩 자면서 청소며 빨래를 할 때도 있다.

교통비 수준의 소액의 활동비가 전부임에도 불구하고 이들 열혈 블로거들은 기꺼이 수십 수백 컷의 사진을 찍고 방대한 양의 자료를 모아 밤새워 기사를 올린다. 즐기면서 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강남산책’ 블로그 활동을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현장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좋은 정보 감사하다’는 짧은 댓글 하나만으로도 큰 보람을 느낀다. 블로그를 통해 생활의 활력을 얻는다는 김씨는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행정기관의 정보와 지역 소식을 좀 더 편안하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열심히 돕겠다”고 말했다.

[사진설명]강남구 블로그 ‘강남구씨네 앨리스의 강남산책’을 통해 다양한 지역 소식을 전하고 있는 열혈 블로거 이민경김은영성윤규씨(왼쪽부터).

< 하현정 기자 happyha@joongang.co.kr / 사진=최명헌 기자 >
[그래픽=장미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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