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 17명에 손뜨개 한복 입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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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손뜨개 연구가 추순자(뒷줄 가운데)씨 가족이 뜨개질한 한복을 입고 한 자리에 모였다. [추순자 손뜨개 연구소]

손뜨개 연구가 추순자(66·대구시 중구 대봉2동)씨가 최근 전 가족 17명에게 자신이 손수 뜬 한복을 입혔다. 남편의 칠순을 맞아서다.

부부와 1남3녀 자녀 부부 그리고 손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손뜨개 한복은 추씨가 1996년 결혼한 맏딸 부부 옷으로 처음 선보였다.

추씨는 자녀의 결혼 선물 등으로 17벌의 한복을 만드느라 10년 이상을 보냈다. 남편과 막내인 아들 옷은 올해 짰다. 문제는 첫 돌 때 선물한 손자들의 옷이었다. 아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크는 바람에 추씨는 솔기를 덧대고 소매를 늘리는 등 고쳐서 이번에 다시 입혔다. 저고리와 바지·치마·모자·목도리 등이다.

추씨는 “한 벌을 짜는 데 몇 달씩 걸렸다”며 “실 값만 따져도 모두 1000만원은 족히 들었지만 입어 본 뒤 모두 너무 좋아한다”고 말했다.

추씨는 본래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다. 25년간 뜨개질에 몰입하면서 이제는 손뜨개가 본업이 돼 버렸다. 그의 연구소를 거쳐 간 사람만 4000명이 넘는다. 2004년 4월에는 인터넷 홈페이지(www.chusoonja.com)를 열어 연구소를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새로운 작품을 접하고 견본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손뜨개를 배우는 사람들은 한복 17벌이 좋은 교재다. 추씨는 한복 이외에 1남3녀 자녀 결혼식 때 모두 4벌의 웨딩드레스도 손수 떴다.

그는 “대학 가정학과를 나오고도 손뜨개를 모르는 여학생이 수두룩하다”며 “뜨개질은 손을 쓰기 때문에 치매를 예방하고 싫증나면 풀어서 다시 짤 수 있는 게 매력”이라고 말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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