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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쓰-오일, 수출로 60% 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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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정유 제품을 생산하는 에쓰-오일(S-OIL) 온산 공장의 전경이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매출 17조원에 3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수출 비중이 60%가 넘는다. 해외 시장 개척에 주력해온 결과다. [에쓰-오일 제공]

에쓰-오일(S-OIL)의 아흐메드 에이 수베이 최고경영자(CEO)는 어려운 세계 경제 여건에도 주목할 만한 경영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17조원에 3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수출 비중이 60%가 넘는다. 내수 시장 위주로 출발한 다른 정유사와 달리 가동 초기부터 해외 시장 개척에 주력해온 결과다. 최첨단 고부가가치 중질유분해탈황시설(BCC·벙커C유에서 휘발유와 경유 등 경질유로 전환하는 설비)을 성공적으로 가동해 수익성을 높이면서 수출 물량을 늘려온 것이 주효했다.

엔진오일·자동변속기오일 같은 윤활유 사업 부문은 국내 생산업체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윤활유 사업 부문은 2조원 가까운 매출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70% 가까이를 수출하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미국·중국·인도 등 20여 개국에 윤활기유를 수출하고 있다. 덕분에 석유화학 제품은 국내 5대 수출 품목에 꼽히기도 했다.

이 회사는 합성윤활기유급 그룹 III 윤활기유인 ‘울트라-S’를 미국 시장에 공급해 2억 달러 이상의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현재 미국 그룹 III 윤활기유 시장의 약 40%를 점유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에너지 절약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늘어나면서 미국 시장이 급격히 그룹 III 윤활기유 쪽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에쓰-오일은 지난해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에 선정됐다.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춰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무디스로부터 업계 최고 수준의 평가 등급을 받았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노사간 무교섭 임금 동결을 이끌어내는 등 상생의 노사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CEO의 소통 리더십=2008년 3월 취임한 수베이 CEO의 조용하지만 내실 있는 리더십이 돋보인다. 그는 “회사의 존립 근거는 C.E.O. 즉 고객(Customer)과 종업원(Employee) 그리고 주주(Owner and Stakeholder)”라며 “이들의 다양한 기대 사항을 충족하고 달성하기 위한 전략과제를 수립해 회사가 장기적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덕분에 안팎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특히 위기 상황에서 수베이 CEO의 리더십이 빛을 발했다. 수베이 CEO는 리더십의 핵심으로 ‘조직과 임직원에 대한 관심’을 꼽는다. 그는 “일반적으로 조직의 현재와 수익성 등에 초점을 맞춰온 기존 CEO들의 리더십은 일종의 관리자를 의미한다”며 “진정한 리더는 늘 구성원들을 보살피고 그들로부터 신뢰를 이끌어내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과 마주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런 그의 소신은 특유의 현장 경영, 소통 경영에서 나타난다. 그는 울산 온산공장을 한 달에 두세 차례 방문해 현장 임직원들과 유대감을 높이고 있다. 또 신입사원들과 정기적 대화, 각 부문 팀장들과 매주 번갈아가며 점심식사를 함께하는 등 임직원들과의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 언어나 문화에 대한 관심도 각별하다. 한여름 삼계탕을 먹으면서 한국 속담인 “이열치열”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거래처 사장의 고향이 강원도 춘천이라고 하자 “닭갈비로 유명한 호반의 도시지요”라고 한국어로 화답해 감동을 준 일화도 있다. 순직 소방관 가족 후원, 서울 쪽방촌 방문, 두루미 보호활동 등 사회공헌활동에도 적극 참여해 ‘기업 시민’으로서 솔선수범하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불황 때 “공격 앞으로”=적극적인 위기관리 경영도 돋보인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6월 온산공장 확장 기공식을 가졌다. 이번 확장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비용은 1조4000여억원. 18만4500㎡의 부지에 연간 90만t의 파라자일렌과 연간 28만t의 벤젠 등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시설이 조성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 수베이 CEO는 “공격 앞으로”를 외친 것이다. 내년 6월께 공장이 완공되면 이 회사는 석유화학 부문 생산량이 지금보다 두배 이상 늘어난 연 160만t 규모에 이르게 된다. 이를 통해 석유화학 제품 수출량이 획기적으로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업이익률도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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