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의 '버디' 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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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그는 본능적으로 내게 필요한 연기를 한다. 그리고 그의 연기는 항상 옳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서로를 동일시하는 것 같다. 단지 그는 연기를, 나는 감독을 할 뿐이다. "

이만한 칭찬이 있을까. 마틴 스코시지 감독이 배우 로버트 드 니로를 두고 한 말이다. 할리우드 영화계에서 단짝 1순위로 꼽히는 그들이다. 1973년 '비열한 거리' 를 시작으로 95년 '카지노' 까지 여덟 작품에서 손발을 맞췄다. '택시 드라이버' (76), '뉴욕 뉴욕' (77), '성난 황소' (80), '좋은 친구들' (90), '케이프 피어' (91) 등에서 절묘한 호흡을 보여줬다. 그들의 공동작업을 기리는 인터넷 사이트(home.att.net/~vellinor)까지 있을 정도다.

스코시지 감독은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로 소문난 드 니로의 잠재력을 훌륭하게 뽑아냈다. 둘 다 이탈리아계라는 점도 그들의 인연에 큰 몫을 했다. 영화 전문가들은 미국 자본주의 사회의 이면을 비판했던 스코시지에게 드 니로가 없었다면 할리우드 영화의 역사가 크게 달라졌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한다.

배우 더스틴 호프먼과 배리 레빈슨 감독의 관계도 각별하다. 88년 아카데미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석권한 '레인 맨' 에서 처음 만난 그들은 이후 범죄 드라마 '슬리퍼스' (96), 정치풍자극 '왝 더 독' (97), SF 공포물 '스피어' (98)에서 함께 일했다.

또 '포레스트 검프' (94)와 '캐스트 어웨이' (2000)에서 호흡을 맞춘 리처드 저메키스 감독과 톰 행크스 콤비도 유명하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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