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것이 궁금해요] 북한서도 가전제품 쓰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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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Q) 10년 만에 평수를 넓혀 32평 아파트로 이사가는 40대 주부입니다. TV.냉장고 등 가전제품도 새 집에 맞게 구입할 예정인데, 북한 주민들의 가전제품 사용 실태가 궁금해지는군요. 민영희(41.경남 마산시 교원동)

(A) 북한에서는 TV.냉장고 등 가전제품이 부(富)의 상징입니다. 신분의 높낮이에 따라 가전제품의 보유 수준이 다르죠. 가전제품 가운데 속칭 '7기' 로 불리는 TV.세탁기.냉장고.녹음기.카메라.선풍기.재봉틀 등은 당 간부와 극소수 부유층이나 가질 수 있습니다.

TV 보급률은 평양이 60%쯤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이 가운데 70~80%는 흑백TV입니다. 외국 국가 수반들이 방문할 때 지나가는 평양의 이른바 '1선 거리' 에 있는 아파트들은 대개 컬러TV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방의 TV 보급률은 평양보다 훨씬 낮은 30~40%에 불과하죠. 북한의 TV 생산공장은 대동강TV.1월15일TV 등 두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흑백TV 가격은 북한 돈으로 3백50원 정도며 컬러TV는 1천2백원입니다(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1백원 내외).

농민시장.장마당 등에서는 이보다 훨씬 비싸 흑백TV는 6천~8천원, 컬러TV는 북한산이 1만5천원 정도며 일본산 중고품은 3만원 이상에 거래된다고 합니다.

가전제품 중 세탁기.냉장고를 구하기는 더욱 어렵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라고 탈북자들은 증언합니다.

북한 주민들이 가전제품을 국영 상점이나 백화점에서 사려면 대개 태양절(4월 15일 김일성 생일)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2월 16일) 등 주요 기념일에 직장에서 할당해 주는 '공업상품 구매권' 부터 구해야 합니다. 이 구매권이 없으면 돈이 많이 들더라도 농민시장.장마당 등에서 구입할 수밖에 없어요.

북한 주민들이 TV.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구입한 뒤 사용하기 위해선 해당 거주지의 인민반에 비치된 '가전제품 등록부' 에 반드시 등록해야 합니다.

주민들은 만성적인 전기 부족 때문에 가전제품 사용에 큰 애로를 겪고 있다고 합니다. 수시로 정전되거나 전압(2백20V)이 불안정해 가전제품을 정상적으로 쓰기 어려운 것이죠.

농촌지역의 경우 농번기나 가을 수확기에는 그런대로 전기가 몇 시간씩 공급되지만, 그 외에는 하루 두시간 남짓에 그칩니다. 이 때문에 가전제품이 자주 고장나고 부속품도 부족해 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고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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