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서 잘리고 싶으면 아이폰 써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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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난해 9월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마이크로소프트(MS)의 내부 행사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MS의 한 직원이 ‘아이폰’을 꺼내 스티브 발머 MS 최고경영자를 사진으로 찍었다. 아이폰은 MS의 경쟁업체인 애플이 만든 스마트폰이다. 이를 본 발머는 직원의 아이폰을 빼앗아 바닥에 내려놓고, 발로 짓밟는 시늉을 했다. 이후 MS 직원들은 발머가 보는 앞에서 아이폰 사용을 꺼리게 됐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첨단 기기 매니어인 MS 직원 사이에서 아이폰이 ‘금단의 열매’가 됐다고 보도했다. 이동통신 분야에서 아이폰의 성공은 곧 MS의 열세를 뜻한다. 현재 아이폰은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25%에 달하는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MS의 윈도폰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스마트폰 이용자는 16%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직원마저 아이폰에 열광하는 현실이 MS로선 뼈아플 수밖에 없다.

평상시 발머의 철학도 직원들의 선택을 제한하고 있다. 발머는 “아버지가 포드 자동차에서 일해 우리 가족은 언제나 포드만 탔다”며 회사에 대한 로열티를 강조해 왔다. 발머는 휴대전화 보조금도 윈도폰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휴대전화에만 지급한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일부 직원은 아이폰에 커버를 씌워 타사 제품인 것처럼 위장하거나 경영진 앞에서 전화기 사용을 자제한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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