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션와이드] '노환 심해진 속리산 정이품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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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한국의 대표적인 고목(古木)의 하나인 속리산 정이품송(천연기념물 제103호)의 건강회복을 위한 종합대책이 추진되고 있다.

20년째 노환에다 최근엔 병해까지 겹쳐 좀처럼 기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 정이품송이 지금까지의 단편적이고 외과적인 치료만으로는 회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보은군은 해마다 3천만∼5천만원씩 들여 문제가 생길 때마다지지목 설치나 영양제 주사,병해충 방제 등에 나섰다.그러나 이 나무의 노화가 빠르게 진행되는데다 1993년 바람에 큰 가지가 부러지기까지 해 예전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3년전만 해도 일년에 솔방울 2백여개씩을 채취했으나 지난해엔 5∼6개밖에 딸 수 없었다.

보은군은 올해 예산을 예년의 2배 이상인 1억원으로 늘리고 무엇보다 정이품송의 뿌리에 활력을 주기 위해 토양환경 개선에 나섰다.

이 대책은 공주대 자원과학연구소 鄭재훈(수목생리학)교수의 처방전에 따른 것.보은군 연구용역을 의뢰받은 鄭교수는 지난해 배수불량에 의한 뿌리부분 과습을 수세(樹勢)약화의 결정적인 원인으로 밝혀냈다.군은 이같은 진단이 올초 문화재위원회로부터 공인됨에 따라 과습을 가져온 인근 하천의 수중보를 철거하고 통풍을 저해하는 두꺼운 표토층을 걷어내기로 했다.

鄭교수 연구에 따르면 정이품송은 근경부(根莖部·뿌리와 줄기가 이어지는 부분)의 껍질부분 44%가 썩고 깊이 80㎝ 아래의 뿌리 상당수가 썩어 생장장애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81년 발생한 솔잎혹파리 피해는 4년만에 치유됐지만 해마다 ‘그을음 잎마름병’,‘소나무 잎녹병’등이 발생하고 광합성량도 인근의 정부인송(正婦人松)보다 33%나 적다.

수령 6백여년인 이 나무는 높이 16m,밑둥 둘레 4.7m로 81년 이래 강풍·폭설로 가지가 부러지는 등 수난을 겪어 그동안 10여차례의 외과수술을 받았다.또 지난해엔 나무 밑둥의 75%가 썩어 ‘동맥경화’란 판정을 받은바 있다.

이는 20여m 떨어진 하천에 73년 설치한 수중보로 인해 지하수위가 올라간데다 이듬해 도로포장 공사로 표토층이 70∼80㎝가량 두터워진 때문이라는 게 鄭교수의 분석이었다.

군 관계자는 “수중보는 올해안에 철거하고 표토제거는 연차적으로 진행하되 방제작업을 꾸준히 병행할 계획”이라며 “몇년 후면 기력회복이 눈에 띌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충북도 산림환경연구소는 정이품송의 고사에 대비,자목(子木)을 육성 중이다.81년 씨를 받아 싹틔운 자목 중 5그루가 현재 정이품송 바로 옆에서 자라고 있다.그동안 4m정도로 자랐다.

산림환경연구소는 96·98년에 채취한 씨로 1천5백그루의 묘목을 기르고 있는데 연구소내 수목원에 조림할 계획.또 유전자보존을 위해 지난 1월 폭설로 부러져 냉동보관 중인 잔가지를 이달 중 파종된 자목에 접붙여 정이품송 대를 이어갈 예정이다.

보은=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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