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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봄 숭어는 단맛 … 심장병뇌졸중 환자에게 좋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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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호 15면

좋은 맛을 칭찬할 때 ‘한겨울 숭어 맛’이라는 표현을 한다. ‘겨울 숭어 앉았다 나간 자리, 뻘(펄)만 훔쳐 먹어도 달다’는 옛말도 있다. 겨울에 숭어 맛이 절정이란 의미다. 숭어는 계절마다 맛이 다르다. 봄·겨울 숭어는 달고, 여름 숭어는 밍밍하고, 가을 숭어는 고소하다. 수온이 올라가면 수분이 많아지고 흙냄새가 나는 등 맛이 떨어진다. 그래서 ‘여름 숭어는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생겼다. 농림수산부가 숭어를 3월의 웰빙 수산물로 꼽은 것은 겨울의 끝자락에서 숭어의 단맛을 보란 뜻이 아닐까.

박태균의 식품이야기

정약전은 어류도감인 『자산어보』에 숭어를 “맛이 좋고 깊어서 생선 중 첫째로 꼽힌다”고 썼다. 숭어 하면 슈베르트의 가곡 ‘숭어’(피아노 5중주곡)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 가곡의 원래 제목은 ‘송어’였다. 초기 번역가의 실수로 엉뚱하게 우리나라에서만 ‘숭어’로 개명됐다. 숭어와 송어는 이름이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생선이다. 송어는 민물고기이고 숭어는 바닷고기다. 하지만 우연히도 둘 다 민물과 바닷물에서 생존이 가능하다. 숭어는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강 하류에서 살 수 있고 강을 따라 거슬러 올라오기도 한다. 송어 가운데 바다송어(salmon trout)는 아예 바다에서 생활한다.

우리 조상은 숭어를 수어(秀魚, 首魚)라 불렀다. 온갖 물고기 가운데 맛이 가장 뛰어날 뿐 아니라 생김새가 길고 빼어나다고 여겨서다. 전남 무안에선 몸집이 큰 것을 숭어, 그보다 작은 것을 ‘눈부럽떼기’라 한다. 작은 놈에게 ‘너는 숭어도 아니다’고 놀렸더니 눈을 부릅떴다고 해서 불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자라면서 이름이 계속 달라지는 생선을 출세어(出世魚)라고 하는데 숭어·방어·농어 등이 여기 속한다.
숭어는 길이가 40∼80㎝가량 되는 중형급 생선이다. 청색의 등(등푸른 생선의 일종)과 은색의 배를 갖고 있다. 식물성 플랑크톤이나 유기물 등을 먹고 산다. 회·소금구이·국 등 다양한 요리에 사용된다.

영양적으론 전형적인 저열량·고단백 식품이다. 100g당 단백질 함량은 22g으로 성장기 어린이나 노인이 즐겨 먹으면 양질의 단백질 섭취가 가능하다. 100g당 열량이 105㎉여서 다이어트 중인 사람도 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열량이 같은 무게의 조기(93㎉)보다 약간 높지만 송어(121㎉)·참치(132㎉)보다는 낮다. 혈관 건강에 이로운 DHA·EPA 등 오메가-3 지방이 풍부하다. 등푸른 생선, 붉은 살 생선다운 장점이다. 따라서 동맥경화·심장병·뇌졸중 환자에게 추천할 만하다. 피를 만드는 데 필요한 철분(빈혈 예방)과 세포 재생을 돕는 비타민인 니아신도 제법 들어 있다. 숭어의 외양상 특징은 몸 아래쪽에 주판알 크기의 돌출 부위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배꼽이 있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 하지만 돌출 부위는 위의 출구(유문)가 발달한 것으로 닭의 모이주머니와 같다. 유문을 가진 것은 숭어가 펄을 먹고 살아서다.

펄을 먹는 숭어를 한방에선 귀한 약재로 썼다. 어떤 약과도 잘 어울린다고 여겨서다. 세종 때 편찬된 『향약집성방』에도 “숭어는 진흙을 먹어서 백약을 꺼리지 않는다”고 기술돼 있다.

한방에선 숭어를 위(胃)를 열어 먹은 음식을 잘 통하게 하고(소화를 돕고) 오장을 이롭게 하며 살찌게 하는 생선으로 친다(『동의보감』).

숭어의 알로 만든 어란(魚卵)은 대중에게 널리 잘 알려지지 않은 전통음식이다. 산란기인 3∼5월에 잡힌 숭어의 알에 참기름 등을 넣어 만든 것이다. 영산강에서 잡히는 참숭어의 알을 사용한 것이 유명하다. 조선 시대엔 대궐에 진상되거나 대갓집의 술안주로 쓰였다.

숭어알과 염건품(鹽乾品)은 100g당 지방(29g)·나트륨(1.4g) 함량과 열량(423㎉)이 매우 높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수협중앙회의 수협쇼핑(www.shshopping.co.kr)과 한국수산회 인터넷 수산시장(www.fishsale.co.kr)은 이달 한 달간 ‘3월의 웰빙 수산물’로 선정된 숭어와 조기를 10~20% 할인 판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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