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불가사리 비상… 전복·굴 등 먹어치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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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영덕군 남정면 구계리 어민들은 요즘 불가사리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어민들이 쳐놓은 그물에 불가사리가 달라붙어 가자미 등을 잡아 먹기 때문이다.

불가사리는 전복 ·굴 ·성게 ·멍게 등도 닥치는 대로 잡아 먹는다.또 통발에 불가사리가 들어가는 바람에 붕장어나 문어가 제대로 잡히지 않아 어민들이 발을 구르고 있다.

구계리 어촌계장 김영길(52)씨는 “어장이나 통발에 걸린 불가사리가 하루 1천여마리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물에 붙은 불가사리를 떼내는 작업도 문제다.

단단히 달라붙은 불가사리를 떼내다 보면 그물이 훼손되기 일쑤다.잘 떨어지지 않는 불가사리는 뜨거운 물에 넣어야 하는 탓에 이 작업에 들어가는 일손도 만만찮다.

수산진흥원 동해수산연구소 홍정표(45)연구사는 “불가사리 한마리가 하루 최고 조개류 15마리를 먹어치울 정도”라고 말했다.

동해안 불가사리는 대부분 ‘아므르 불가사리’로 천적이 없는 데다 번식력이 강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것.

또 식용이 아닌 데다 썩는 냄새가 심해 어민들이 그물이나 통발에 걸린 불가사리를 다시 바다에 버려 숫자가 좀체 줄어들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영덕군은 불가사리 증식을 막기 위해 최근 1㎏(15마리 정도)에 5백원을 주고 사들이는 불가사리 수매제를 도입했다.

불가사리를 사들이지 않고는 개체 수를 줄이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영덕군 관계자는 “불가사리를 분석한 결과 질소성분이 16%를 차지해 비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라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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