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교과서 우향우] 초·중·고 항일 '특별수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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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일본 문부성이 3일 우익단체의 역사교과서 검정사실을 공식발표하자 한.일 양국 민간단체들이 공동으로 항의성명을 발표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문제의 교과서에 대한 불채택운동이 시민단체 중심으로 강력히 전개될 움직임이다.

한국교총.전교조 등은 일제히 교육현장에서 문제를 제기하기로 해 상당기간 파장이 계속될 전망이다.

◇ '침략 정당화.왜곡' 규탄〓정신대문제 대책협의회 등 59개 단체로 구성된 '일본 역사교과서 개악 저지 운동본부' 는 3일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관련 교과서가 태평양전쟁을 '대동아전쟁' 으로 규정, 대동아 공영권을 구축해 아시아제국 독립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쓴 대목은 아시아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고 있는 대표적 대목" 이라고 비판했다.

또 ▶한국 병합을 정당화하고▶종군위안부에 대해 언급이 없으며▶침략.식민지 지배를 전혀 기술하지 않았고▶일본의 전쟁 책임을 모호하게 처리하고 오히려 다른 나라쪽에 있는 것처럼 역사를 왜곡했다는 비판도 했다.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양미강 총무는 "우리 정부도 이제 일본 정부에 대해 유감 표명 정도에 그칠 것이 아니라 일본대사 소환 등을 포함해 외교문제화해야 한다" 고 주문했다.

민주노총(위원장 단병호)도 성명을 내 "관련 교과서들은 교과서가 아닌 일제의 침략을 찬양하는 침략 교본" 이라며 "정부는 북한과 중국.인도네시아 등 관련국들과 공동대응을 모색해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 일본 내 교과서 불채택 운동〓일본에서는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네트21' .일본출판노조연합회.역사교육자협의회 등 12개 시민단체가 역사 왜곡 교과서 불채택운동을 강도 높게 펼치기로 했다.

이들 단체는 도쿄(東京)의 일본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각지에서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의 중학교 역사교과서를 채택하지 말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며 "관계기관을 상대로 강력한 설득작업을 하겠다" 고 밝혔다.

이들은 "교과서가 수정됐다고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일제의 헌법.교육칙어를 찬양하는 등 기본자세는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고 덧붙였다.

이들 단체는 "일본헌법을 왜곡하는 교과서가 등장한 것은 처음" 이라며 "21세기 미래를 위해 매우 걱정스런 사건" 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일본 정부.문부과학성이 겉으로는 자율이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침략.군대위안부 같은 용어를 삭제토록 출판사에 압력을 넣는 등 실질적인 책임이 있다" 고 비난했다.

◇ 교육현장서도 대응 나서〓한국교총은 임시정부 수립일인 4월 13일을 전후한 일주일을 특별수업주간으로 정해 일선학교에서 일본의 역사 왜곡과 앞으로의 한.일관계에 대해 한시간씩 교육하기로 했다.

전교조.전국 역사교사 모임 등도 이 문제를 주제로 수업을 진행하고, 학생들로 하여금 일본 대사관에 항의서한을 보내도록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중앙고는 봄소풍을 취소하고 오는 18일 4개반 학생들이 정신대문제 대책협의회가 매주 일본대사관 앞에서 벌이는 수요집회에 참가, 왜곡 교과서 채택에 대한 반대입장을 전하기로 했다.

◇ 항일단체의 비판〓태평양전쟁 희생자 유족회 김종대(64.金鍾大)회장은 "왜곡된 교과서가 통과됐다는 소식에 비분강개할 따름" 이라면서 "일본이 겉으론 선린우호를 말하는데 이제 일본 정부의 어떤 말도 믿을 수 없다" 고 말했다.

대한독립유공자협회 김삼열(金三悅.57)회장도 "왜곡 교과서가 통과됐다는 것은 일본이 한국을 업신여기고 있음을 말한다" 면서 "온국민이 단합해 한국 국민을 얕보는 일본의 시각을 바로잡아야 한다" 고 성토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성시윤.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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