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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일기] '송악산 부도' 누가 책임지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약 1년 전인 지난해 3월 25일.

제주도 남제주군 대정읍 송악산 한쪽 광장에 제주도 정무부지사와 남제주 군수 등 도내 고위 공무원과 유지.주민 등 4백여명이 자리를 함께 했었다.

송악산 개발사업 기공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제주도는 보도자료를 통해 송악산 사업을 '도내 관광지구 중 외자를 유치한 첫 사례' 라며 자랑이 대단했다.

각종 꽃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기념식단 주변에서는 고적대의 축하 팡파르가 경쾌하게 울려퍼졌고 사업자와 군수.지역의원 등은 자랑스럽게 첫 삽을 떴다. 주민들도 개발로 얻게 될 경제적 풍요를 기대하며 박수로 화답했다.

"국제자유도시 건설을 위한 세계적 종합휴양지 조성 시작" 이라는 도지사의 의미있는 기념식사를 부지사가 대독했고 "제주관광발전사의 획기적 전기가 될 것" 이란 군수의 치사도 이어졌다. 송악산 입구에서 '세계적 이중 화산체 파괴 결사반대' 를 부르짖던 환경단체 회원들의 목소리는 이같은 축제 분위기에 묻혀 들리지도 않았다. 그 뒤 1년이 흘렀다. 실제 송악산은 그동안 국내 명소가 됐다.

▶환경영향평가 부실▶사업특혜▶제주도개발특별법 위반 등 불명예스런 논란을 일으키며 전국적인 '명소' 가 돼버린 것이다. 급기야 이같은 쟁점을 둘러싸고 소송까지 벌어졌고 법원에서 사업중단 결정이 내려졌다. 지난달 말 대법원이 하급법원의 결정을 뒤집고 사업효력을 인정했지만 사업이 제대로 진행될지는 불투명하다.

기공식만 치러졌을 뿐 실제 개발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단 1달러의 외자도 유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발을 주도해야 할 ㈜남제주리조트개발의 회장 등 중역 3명이 지난 2월 초 외자유치와 관련, 사기.외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됐다. 제주도 간부 공무원과 개발업체 간부들은 지역주민으로 위장해 사이버 공간에서 '개발 강행' 여론을 조작해오다 명예훼손 혐의로 사법처리까지 됐다.

지난 한 해 동안 송악산 개발을 둘러싸고 빚어진 일이란 거의 모두 불미스러운 것들 뿐이었다. '송악산 개발사업' 이 기공 1년 만에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사업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제 '송악산 사태' 에 대해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할 때라는 생각이다.

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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