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잡으려다 투자도 잠재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3면

지난해 10월 29일 발표된 참여정부 부동산정책의 일정표가 시행 1년이 됐다. 그동안 고강도 투기억제책이 잇따라 나오면서 과열 양상이던 부동산 시장은 안정을 되찾았다. 하지만 투자 심리가 급랭하면서 주택거래와 공급이 급감하는 후유증도 만만치 않아 보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래픽 크게보기>

중앙일보조인스랜드와 텐커뮤니티에 따르면 27일 현재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권 아파트값은 지난해 10월 말보다 서울 평균(-3.6%)의 배 이상인 7.6% 떨어졌다. 재건축 추진 단지 하락폭은 더 심해 같은 기간 강동구는 9.3%, 강남구는 12.5% 내려앉았다. 강남구 석사부동산 김선옥 사장은 "일부 10~20평형대 재건축 추진단지는 1년 새 20% 빠진 곳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지역의 40평형 이상 대형은 1.3~3.4%, 강북권은 2.2% 각각 올라 10.29 대책 충격이 지역.평형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이 대책 시행으로 정상적인 거래마저 끊겨 실수요자들도 제때 이사를 못 가는 부작용이 생겨났다. 주택거래신고제 지역인 서울 강남구의 지난 9월 주택 검인건수는 357가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87% 줄었고, 송파.강동구도 86~89% 감소했다. 송파구 LBA부동산 이성원 사장은 "시장을 이끌어온 강남권이 마비되면서 인근 지역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업체들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부도가 난 일반 건설업체는 올 들어 9월 말까지 123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늘었다.

정부는 10.29 대책에 포함된 종합부동산세 조기 시행이나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제를 당초 방침대로 차질없이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투기과열지구 확대, 1가구 3주택자 양도세 60% 중과, 주택거래신고제는 이미 시행 중이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토지거래 허가구역 내 허가대상 기준을 강화하는 계획은 다소 늦어졌으나 연내에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2주택자가 투기지역 내 첫 주택을 팔 때 15%포인트 범위 내에서 부과하는 탄력세율이나 주택거래허가제, 주택담보대출 총량제 등은 시장이 안정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당분간 도입을 유보할 방침이다.

SK건설 장태일 상무는 "자칫 2~3년 뒤 수급불안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며 "실수요자들의 거래에도 숨통을 터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갑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