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물가는 오르고 수출은 줄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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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스태그플레이션 양상이 전개되면서 국민경제가 진퇴양난에 빠진 듯하다. 1분기 중 소비자물가가 벌써 4.2% 올라 목표치를 넘어선 반면 경제성장 기여율이 50%가 넘는 수출은 지난달 미국.일본 등의 경기침체로 2년만에 0.6% 줄어 하반기 중 경제회복이 불가능하리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출경쟁력 회복을 위해 원화 하락을 방치할 수도 없다. 물가안정기조가 무너질 수 있는 데다 최근의 환율급등엔 심리적 요인에 의한 가수요도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섣불리 개입하면 수출이 타격을 받으므로 정부로선 경기회복과 물가안정 중 어느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할지 결코 쉽지 않다.

방향을 잡았다고 해도 쓸 수 있는 정책의 여지도 별로 없다. 세계경제 침체와 국제자본의 변동성 심화는 우리가 어떻게 하기 어려운 외부요인인 데다 구조조정의 지연과 불확실성 요인의 상존으로 금리인하가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고 자칫하면 일본형 장기불황에 빠질 수도 있다.

재정은 조기 집행돼 여력이 별로 없고 추경예산을 편성하더라도 재해대책비와 건강보험 등 쓸 곳이 많아 경기대책비를 뽑아내기가 여의치 않다.

이처럼 제아무리 명의(名醫)라 해도 속시원한 해결책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원론적 접근이 최선일 수밖에 없다. 우선 정부는 국내외 경제여건의 변화에 대해 면밀히 주시하면서 상황에 따른 시나리오별 대책을 세워야 한다.

또 필요할 때 쓸 수 있도록 경기정책 수단을 가급적 확보해 놓아야 한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신뢰다. 환율 상승에서 보듯 국민의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하거나 물가인상이 임금인상을 통한 악순환에 빠지지 않게 하려면 국민적 동의가 절실하지만 그동안 신뢰를 얻지 못한 정부의 경제정책이 과연 이를 확보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이렇게 된 까닭은 정부가 이제까지 문제를 질질 끌기만 할 뿐 책임지고 해결하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원칙에 입각한 문제해결' 과 올바른 전략적 접근을 통해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만 지금의 경제난국이 해결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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