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시계형 PC에 '디카폰+PDA'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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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 디지털 카메라와 휴대전화.PDA 등이 가능한 손목시계형 컴퓨터(上)와 ‘공간입력펜’으로 허공에 글자를 써 컴퓨터에 입력하고 있는 모습(下). 신인섭 기자

컴퓨터는 크기와 형태면에서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교실 크기만하던 최초의 컴퓨터 애니악의 기능은 단순 전자 계산기 안으로 들어갔으며, 큰 모니터는 평면 액정화면으로 바뀌고 있다. 차세대 컴퓨터는 어떤 형태일까.

2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신관 그랜드볼룸에서는 차세대 컴퓨터의 일면을 볼 수 있는 이색적인 패션쇼가 열렸다. 옷에 매다는가 하면, 손목시계처럼 차거나 허공에 글자를 써도 입력되는 마우스 등을 든 15명의 모델이 음악에 맞춰 경쾌한 리듬으로 차세대 PC들을 소개했다. 정보통신부 주최로 27.28일 양일간 일정으로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차세대 PC 산업전시회'의 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패션쇼는 하루 세 번 열린다.

이번 전시회에 나온 차세대 PC는 입는 컴퓨터(Wearable computer)가 화제였다.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가 개발한 '입는 퍼스널 스테이션'은 손목시계형 PC다. 명함보다 약간 작은 크기의 컴퓨터는 전화기와 MP3.디지털 카메라.PDA(개인휴대단말기) 역할을 할 정도로 뛰어난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음성이나 버튼으로 정보를 입력할 수 있다. 모니터는 안경 형태로 만들어졌다. 스키 안경처럼 큰 안경을 쓰면 눈 앞에 작은 컴퓨터 화면이 나타난다. 이를 보면서 컴퓨터 작업을 할 수 있다. 인터넷도 무선으로 가능하다. 이를 이용하려면 손목형 컴퓨터, 모니터로 쓰는 안경이 필요하다.

한국전자통신연구소는 인체를 마치 통신선처럼 활용하는 '인체통신시스템'도 선보였다. 명함 등 각종 정보를 담고 있는 인체통신기를 몸에 찬 두 사람이 악수만으로도 서로 명함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시스템을 '입는 퍼스널 스테이션'에 응용하면 모니터용 안경과 손목시계형 컴퓨터 간의 연결을 유선으로 할 필요가 없다. 몸이 곧 서로를 연결해주는 통신선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인피니티는 공간 아무 곳에라도 글자를 쓰면 자동으로 컴퓨터에 해당 글자가 입력되는 3차원 입력장치를 선보였다. 약간 굵은 만년필 정도 크기의 '공간입력펜'은 컴퓨터에 정보를 입력할 때 기존 컴퓨터에 비해 장소의 구애를 훨씬 덜 받게 한다.

기존 마우스의 경우 평평한 곳에 대야 가능하지만 이 펜은 허공에 글을 쓰면 문자인식시스템이 문자로 전환해 컴퓨터에 입력한다. 또 공중에서 움직여 마우스처럼 컴퓨터 기능을 선택, 구동할 수 있다. 이는 공간입력펜이 움직이는 궤적을 추적해 그 궤적이 글자 모양이 되면 문자로 변환하는 것이다. 공간궤적 추적은 비행기나 인공위성의 자세 보정, 위치 확인 등의 기술을 응용했다.

성균관대와 수원대.호서대 등은 공동으로 보고 말하고 듣고, 냄새와 맛을 느끼고, 촉각을 느낄 수 있는 컴퓨터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개별 감각에 대한 기능을 시연했다. 호서대의 향기를 전달할 수 있는 컴퓨터 앞에는 관람객이 줄을 섰다. 컴퓨터 내부에 레몬.라벤다.장미.사탕 등 네 가지 냄새를 내장한 뒤 명령에 따라 각각의 향을 내뿜도록 한 것이다. 예를 들어 애인에게 보내는 e-메일을 열면 장미향이 뿜어져 나오게 명령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20가지의 냄새를 내장한 컴퓨터가 나와 있다.

호서대 전자과 김정도 교수는 "전자코와 냄새 분사시스템을 접목하면 수십 가지의 냄새를 컴퓨터에 저장, 전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자코가 냄새를 맡아 그 정보를 상대편에게 보내면 그 컴퓨터에서 같은 냄새가 뿜어져 나오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bpark@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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