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9일이냐, 6월13일이냐' 지방선거 시기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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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5월 9일이냐, 6월 13일이냐' .

내년 지방선거 일정을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신경전이 표면화됐다.

현행 선거법 제34조는 '임기 만료 30일 전 이후의 첫째 목요일' 로 선거일을 정하고 있다. 2002년 6월 13일이 이날이다.

문제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이 5월 31일부터 6월 30일까지 열린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은 지난 19일 "이번 선거에 한해 임기 만료 60일 전 이후의 첫 목요일에 치르자" 고 제안했다. 그럴 경우 2002년 5월 9일이다. 한나라당은 "월드컵 기간에 선거를 치르면 선거 쟁점이 희석되고 국민적 관심이 분산된다" 고 주장한다.

"월드컵 개최 지역의 지자체장이 선거에만 전념한 나머지 월드컵을 제대로 치르지 못할 우려도 있다" 고 지적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법정선거일 고수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치개혁 특위는 30일 "월드컵과 선거는 기본적으로 무관하다" 고 밝혔다.

전용학(田溶鶴)대변인은 "아직 당론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면서도 "조기 실시의 경우 오히려 낙선 단체장이 월드컵 준비를 소홀히 할 우려가 크다" 고 말했다.

민주당은 행정자치부와 고건(高建)서울시장을 비롯한 광역.기초단체장들이 조기 실시를 반대하고 있다는 점도 꼽았다.

각 당의 주장에는 유.불리에 대한 계산도 깔려 있다.

국회 관계자는 "민주당은 세계적 행사가 열리는 흥겨운 축제 분위기 속에서 투표가 진행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고 분석했다.

그는 "한나라당의 경우 월드컵 축제 분위기에서는 여당에 대한 실정(失政)비판이 먹히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한 것" 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국의 월드컵 16강 진출이 좌절될 경우 6월 선거가 여당에 불리할 수 있다" (민주당 중진의원)는 견해도 있어 여야의 절충 결과가 주목된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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