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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나] 탤런트 강석우씨가 읽은 '마지막 라운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글에 집중해서 작가의 의도를 따라간다건 간단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글 속의 인생살이, 남의 사고까지 이해하는 일이라니… 어쩌면 작가들이란 뭔가 철학적으로, 복잡하게 비틀어 쓰는 경향이 있는 듯 하다.

그래야 유식한 것처럼 보일 수 있게 말이다. 내 연기생활에 제2의 출세작이었던 드라마 '아줌마'속의 장진구 처럼 말이다.

어쨌거나 대학 시절의 나는 정말 많은 책을 읽었다. 그러나 그저 페이지 넘기기 시합이라도 하듯 대각선으로 쭉쭉 읽어 내려갔다.그런데도 이상하게 만화나 무협소설은 한권도 제대로 읽어본 기억은 없다. 70∼80년대는 베스트셀러가 영화화 되는게 유행이었다.

그 시절은 괜찮은 소설도 많았고,인기 소설가도 많았다.

출연 영화 중 나의 첫 출세작이었던『겨울나그네』(최인호 ·문예출판사)를 비롯해『잃어버린 너』(김윤희 ·청림출판),『상처』(김수현 ·제삼기획),『여수』(한말숙 ·태창문화사),『장마』(윤흥길 ·민음사) 등과 같이 원작 소설을 읽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던 것이 TV 드라마에 전념하면서, 대본을 많이 읽고 외우면서 활자 자체에 지쳐 버렸다.그런 영향 탓에다가 지적 호기심이 둔감해진 탓인지 10여년간 책을 읽지 않게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그러다가 아들이 자라나니 상황이 바뀌었다. 책읽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야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예전만은 못하지만,그래도 2∼3년전 부터 책읽는 습성이 다시 붙었음을 고백한다.

이제하의『풍경의 내부』(작가정신),김주영의『홍어』(문이당),이경자의 『정은 늙지도 않아』(문이당)등 주로 소설을 읽었다. 하지만 정작 내마음에 남아있는 책은 따로 있는데 제임스 도드슨이 쓴 유명한 골프 소설『마지막 라운드』(아침나라)라는 책이다.

늙어버린 아버지와 그를 존경하는 아들이 세계에서 좋다고 이름난 골프장을 찾아 라운딩하면서 나누는 각별한 대담을 쓴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 부자간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내 인생의 지표같은 책이 이것이다.

작년 나의 아버지께서 세상을 뜨셨기 때문에 어떠어떠한 아들이 되어야겠다는 희망은 가질 수 없고,다만 좋은 아버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만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아쉽다.

어느 골프장에 늙은 나와 장성한 내 아들이 석양에 단둘이 서있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차다.나는 이제부터 어떤 아버지로 살아가야 할까.그리고 나는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강석우(탤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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