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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 총사퇴 접은 이회창총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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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은 28일 내각 총사퇴 권고결의안 제출을 유보했다. 이날 잇따라 열린 당무회의와 의원총회에서 신중론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의원들은 "개각한 지 얼마됐다고 사퇴를 요구하느냐" 고 지적했다.

사퇴 권고결의안은 26일 개각 직후 이회창(李會昌)총재가 "국회에서 투표를 해서라도…" 라며 관철 의지를 보였던 사안.

李총재는 그러나 이날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는 "개각의 문제는 강하게 지적해야 하지만 사퇴 권고결의안은 정치공세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 며 유보를 결정했다. 李총재는 대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대정부질문.상임위 활동 등을 통해 '문제' 장관을 찾아 적절한 행동을 하는 게 좋겠다" 고 정리했다.

▶박근혜 부총재〓현 정권 행태로 봐선 결의안을 내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개각 뒤인 만큼 정치공세로 보일 수 있다. 국회 활동을 통해 충분히 공격할 수 있다.

▶손학규 의원〓결의안 제출은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것이다. 당내에서 이견(異見)을 말하는 것을 당 결속 저해 행동으로 치부하면 안된다. 지도부가 관용의 폭을 넓혀야 한다.

▶신경식 의원〓개헌론 등 불거지는 이슈를 당내에서 논의하는 기구를 만들자.

▶맹형규 기획위원장〓신건(辛建)국정원장이 야당 파괴에 앞장설 것이다. 국정원 내 공안부서가 신설됐다는 설도 있다. 여권이 국회법 개정(교섭단체 의석 20석에서 14석으로)을 힘으로 밀어붙여 야당 분열을 획책할 것이다.

▶남경필 의원〓국회를 통해 문제 인사를 집중 추궁, 국민적 공감대를 넓혀야 한다. 장외 국정보고대회는 국민을 불안케 할 수 있다.

▶이병석 의원〓대안 정당의 모습을 못 갖췄다는 국민 비판에 귀기울이자.

▶정형근 의원〓개각 때 김중권 대표가 소외됐다. 박지원(朴智元)정책기획수석은 대북정책을 수행하고 내부적으론 부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실세다. 현재 상태로는 김중권.이인제(李仁濟).이한동(李漢東) 모두 (대선후보가)아니다. 비판만 할 게 아니라 의미를 따져야 한다.

▶심규철 의원〓(우리당이)김대중(金大中.DJ)대통령이 다시 (대선에)나오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 아니냐. 李총재는 앞으로 DJ와 일부 협조하면서 여유.든든함.푸근함을 보여야 한다.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 뒤 공항으로 DJ를 만나러 갔어야 했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의 '바카야로' 발언에도 즉흥적으로 대응하지 말았어야 했다.

의원들의 쓴소리에 대해 李총재는 "내가 많이 부족했다. 정권교체를 이루라는 애정어린 비판으로 알겠다. 많은 고언(苦言)을 부탁한다" 고 답했다.

그러면서 "당이 제자리를 찾고 흔들리지 않도록 똘똘 뭉치자" 는 말도 덧붙였다.

고정애.서승욱 기자

사진=장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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