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집이야기] '엘리자베스'·'셰익스피어 인 러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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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엘리자베스I세의 통치기간은 영국이 세계 제1의 왕국이 되는 기초를 다진 기간으로 '황금시대' 로 불린다. 셰익스피어가 문학활동을 하던 당시의 건축이나 실내장식은 튜더 스타일로 불리는 것들이 주를 이뤘다.

1999년 만들어진 '엘리자베스' 와 '셰익스피어 인 러브' 는 각각 엘리자베스I세의 초기.후기를 시대 배경으로 한 영화다. 후기 중세양식이라고 불리는 튜더 양식의 집들이 무대 배경이다. 튜더 양식은 헨리7세에서 엘리자베스I세에 이르는 동안 영국에서 유행한 건축과 실내장식.가구의 스타일이다.

두 영화를 보면 집들은 서민의 경우 주로 목재를 골조로, 목재 사이는 거친 회반죽이나 벽돌로 메워 벽을 만들었다. 지붕은 갈대를 엮어 잇고, 모서리를 다듬어 둥글게 만든 초가 지붕들이 많다.

귀족의 주택은 돌이나 벽돌이 주재료로 지붕도 얇은 돌을 깎아 덮었다. 주택의 색채는 내.외부가 대체로 돌.목재.회반죽.벽돌 등 재료의 색깔을 써 칙칙하고 가라앉아 있다. 실내의 천장은 우리나라 전통 가옥의 대청처럼 목재 트러스형 골조가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 재미있다.

실내 벽은 서민주택의 경우 회반죽 벽 그대로지만, 귀족의 집은 여러 조각의 목재 패널을 붙였다. 패널에 정교한 조각을 한 것도 많다.

문은 위쪽에 튜더 아치라고 부르는 형태의 아치 모양이 덧붙여져 있고, 역시 패널에 조각 장식을 한 형태가 유행했다. 특히 문의 두께나 조각의 정교한 정도에서 부유함과 신분의 차이가 드러났다.

중세시대 성채의 흔적도 보인다. 채광을 고려하지 않고, 창이 있는 경우에도 아주 작은 창을 뚫어 실내는 대체로 어둡다.

실내 장식물로 화려한 색채의 대형 태피스트리가 볼거리다. 두 영화에서는 조각으로 꾸민 네 기둥과 덮개를 씌운 침대들, 단순한 모양의 의자와 책상, 그밖의 물병, 책꽂이 등의 소품도 눈길을 끈다.

신혜경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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