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두 바퀴 한마음, 자전거 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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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세 개의 섬이 연도교로 이어져 하나의 섬이 된 인천 옹진군 신도·시도·모도. 주말이면 이곳을 찾는 MTB자전거 동호인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끊어질듯 이어진 해안 도로가 매력적이다.

자전거는 땀이다. 두 팔과 두 발은 물론 온몸을 다 써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오르막이라도 만나게 되면 땀이 줄줄 난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열정적이다. 열정이 넘치는 자전거 동호인과 함께 인천 장봉도로 주말 투어를 나섰다. 장봉도는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배로 30분 걸린다. 차가 막히지 않는 주말 아침이라면, 서울 도심에서 출발해 1시간 만에 라이딩을 시작할 수 있는 천혜의 ‘자전거 섬’이다. 자전거는 팀을 이뤄 타게 된다. 그래야 힘도 덜 들고, 오가는 차량을 두루두루 살피며 안전하게 탈 수 있다. 장봉도 라이딩 팀은 4명으로 꾸려졌다. 8년 전까지 MTB 국가대표로 활동했던 이미란(39)씨와 김군재(49)·윤미숙(48)씨 부부다. 이미란씨는 은퇴 뒤 MTB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김씨 부부는 이씨의 제자다. 세 사람의 공통점이 있다면 사슴처럼 잘록한 발목과 종마처럼 튼실한 허벅지를 가졌다는 점이다. 세 사람 못지않은 허벅지를 가진 기자도 합류했다.

글=김영주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장비 협찬=오디바이크·몽벨


30분만 타도 땀이 후줄근

페달에 발을 얹자마자 오르막이다. 이미란씨는 “초보자에게는 약간 힘든 코스”라며 “몸을 충분히 풀어준 뒤 출발해야 한다” 고 조언했다. 장봉도는 동서의 길이가 약 10㎞가량 되는 섬으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도로는 선착장에서 서쪽 끝 가막머리까지 12㎞다. 그중 마지막 3㎞ 구간이 오프로드다. 길을 왕복하면 약 25㎞, 3시간가량 아스팔트길과 흙길을 번갈아 타게 된다.

포장도로를 십 리 정도 달리니 섬의 정상, 국사봉 아래 말문고개다. 영상 10도를 밑도는 날씨인데도 벌써 상의가 후줄근하게 젖었다. 헬멧을 벗고 북쪽을 바라보니 썰물 나간 자리에 잿빛 갯벌이 훤히 드러나 있다. 몇 해 전에 지었다는 드라마 세트장이 보이고, 뻘물 가득한 바다에는 김 양식 발이 바둑판을 만들었다. 이 지점에서 간단하게 요기했다. 윤미숙씨가 밤새 껍질을 깐 두리안을 내놓는다. 단백질과 당분 함량이 높고, 먹기 편해 자전거 탈 때는 최고란다. 이씨는 “힘들게 자전거 타고 난 다음에 떡이나 빵으로 요기를 하다가는 체할 수도 있다”고 덧붙인다.

말문고개에서 시오 리를 더 달렸다. 장봉3리와 4리 사이 언덕길에 놓인 정자에 올랐다. 아스팔트길 끝이다. 진정한 MTB 라이딩이 시작됐다. “앞뒤 변속 기어를 최대한 낮추고, 천천히 올라오세요. 허리를 숙여 상체를 바짝 붙이고, 시선은 땅을 보면 안 되고 앞으로. 체력 안배도 잘 하고요.” 이미란씨가 오르막 라이딩의 기본자세를 코치했다. 해발 80m 산 중턱에 조성된 임도는 낙엽길과 황톳길이 주를 이룬 가운데, 간간이 화강암 자갈길이 나타났다. 전날 봄비가 내려 흙길은 라텍스처럼 푹신푹신했다. 자전거 타이어가 밀고 지나갈 때마다, 길은 서걱서걱 소리를 냈다. 타이어 주변을 맴도는 윙윙윙 바람소리도 듣기 좋다.

“부부 금실에 최고”

패드를 덧댄 자전거 전용 팬츠와 바람막이 자켓, 배낭을 맨 이미란 씨의 라이딩 복장.

1시간30분 라이딩, 장봉도 가막머리 끝까지 자전거를 밀고 들어왔다. 아직 이른 봄이라 자전거라이더는 물론 낚시꾼·등산객 하나 보이지 않는다. 갯물은 저만치 물러나 있다. 장봉도에서 인천으로 나가는 마지막 배편은 오후 6시. 서둘러 선착장으로 자전거 머리를 돌렸다. 올라올 때는 땅만 쳐다봤던 시선이 이제는 한결 여유롭다. 옆 사람에게 다가가 대화를 할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생겼다. 5년 전 MTB에 입문했다는 김군재씨에게 “매력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안장에 앉으면서부터 도전이에요. 힘들 때마다 주저앉을까 말까 항상 고민하게 되죠. 그래도 이 악물고 타게 돼요. 혼자서 하는 운동 중에 이만한 것이 없죠.” 평소 골프도 즐기는 편이지만, 땀 흘리는 자전거에 비할 바가 아니란다.

윤미숙씨는 월·화·수·목·금요일 한강에서 혼자 라이딩하고, 주말이면 남편과 함께 서울 근교로 나선다. 그래서 “밥 할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날라리 주부’다.

“자전거 덕분에 부부 금실이 좋아졌어요. 신랑 뒤에서 쫓아가면 엉덩이만 쳐다보게 되는데, 실룩실룩 움직이는 게 섹시하거든요. 그래서 자전거는 부부가 같이하는 경우가 많아요.”

오후 6시, 장봉도에서 인천으로 들어오는 마지막 배에 올랐다. 차 타고 배 타고, 산 넘고 물 건너 익스트림 레저를 만끽하는 데 투자한 시간은 불과 한나절이다.

[TIP] 자전거 공구 꼭 챙기세요

자전거를 탈 때는 몸을 구부렸을 때 등에 착 달라붙는 전용 배낭이 필요하다. 배낭에는 간식과 의류, 간단한 공구를 준비한다. 간식으로는 단시간에 열량을 낼 수 있는 에너지바 등의 이동식과 이온음료가 좋다. 여분의 바람막이 의류와 장갑도 필수. 초보자일수록 꼼꼼히 챙겨야 한다. 1박2일 이상 투어를 떠날 경우 타이어 펑크, 체인 트러블 등의 간단한 사고를 해결할 수 있는 공구도 휴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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