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바둑리그 세계가 주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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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새로운 방식의 중국 바둑리그가 '세계 바둑계의 대변화' 라는 도화선에 불을 붙이고 있다. 일본에서 수백년간 권위의 화신이었던 '혼인보(本因坊)' 가 세습제에서 타이틀전의 명칭으로 탈바꿈하던 60년 전의 일과 비교될 정도다. 일본 최초의 프로기전인 혼인보전이 권위의 시대를 접고 경쟁의 시대를 열었다면 중국 바둑리그는 프로기사를 저마다 다른 몸값을 지닌 '선수' 로 탈바꿈시키고 있는 것이다.

축구리그와 같이 도시 연고지를 기반으로 한 중국 바둑리그는 이미 보도된 바와 같이 1999년 시작됐다(본지 3월 27일자 31면). 중국은 바둑도 스포츠의 하나고 정부(체육부)에서 관장하고 있기에 발상의 전환이 쉬웠을지 모른다.

첫해와 이듬해에는 중국랭킹 1위 저우허양(周鶴洋)8단, LG배 우승자 위빈(兪斌)9단, 6소룡의 1인인 류징(兪菁)8단등 강자들이 속한 충칭팀이 연속 우승했다. 그 사이 바둑리그는 굉장한 인기를 모았고 기업들은 앞다투어 팀을 창설해 올해는 메이저리그격인 갑(甲)조가 12개팀, 마이너리그 격인 을(乙)조가 40여개팀으로 늘어났다.

바둑리그가 크게 주목받는 이유는 몇가지 있다.

▶대회 방식이 개인 대결이면서도 동시에 팀의 대결이라는 점(한 팀은 정선수 4명, 후보 2명으로 구성된다).

▶연고지를 기반으로 기업이 팀을 만들었다는 점(기업이 선수 스카우트의 주체가 된다).

▶프로기사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던 기존의 대회와 달리 팀에 속하지 못하면 참가할 수 없다는 점(전보다 훨씬 경쟁적이다. 실력 우선이고 인기 우선이 된다).

▶연봉이 실력이나 지명도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는 점(기존의 바둑대회는 예선 대국료나 본선 대국료 등이 균일하다).

▶외국 용병을 팀당 한명씩 허용하여 재미를 배가시켰다는 점.

이상과 같은 변화들은 사실 거의 혁명적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은 삼성화재배 등 국제기전이 예선부터 외국기사들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있는 정도고 일본은 규모가 큰 3대 기전 등의 운영에서 지극히 폐쇄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는 데 비해 중국은 훨씬 열린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기사들 아홉명이 이번 시즌에 중국기사들보다 많은 돈을 받으며 용병으로 참가하게 된 것도 각 팀들의 주도로 이뤄진 것이다. 기업이 주인인 각 팀은 승리와 인기를 위해 최강의 실력을 보유한 한국에 손을 내민 것이다.

을조는 4월 2일부터 10일까지 산둥(山東)성 지난(濟南)에서 한꺼번에 대회를 치른다.

갑조는 4월 5일 각 팀의 연고지에서 첫 대회를 치르는데 매주 목요일 한판씩 대국하며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진행된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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