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대형의류상가 위기 맞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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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부산의 대형 의류 도매상가인 네오스포와 부산디자이너클럽이 분양.판매 부진 등으로 난파, 지역경제에 주름살을 안겨주고 있다.

점포 수천 곳 중 절반 이상이 철시, 고객의 발걸음이 뚝 끊어져 몇 달째 썰렁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상가침체의 책임을 놓고 점포주와 분양업자 사이에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 개점휴업=지난해 3월 개장한 부산진구 부전2동 네오스포는 개장 3개월부터 판매부진으로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네오스포는 2천7백 곳의 매장을 갖춰 국내 최대규모의 도매상가로 화려하게 출발했다. 개장할 당시만 해도 부산 의류 유통업계의 주도권을 다툴 것으로 예상됐으나 지금은 3백여 곳만 영업하고 있다.

한층 면적만 4천4백평에 달하는 엄청난 매장은 텅비어 있어 썰렁한 모습이다. 군데 군데 아직까지 문을 연 매장도 손님이 거의 없어 한산하기만 하다.

이곳에서 의류상을 하다 문을 닫은 金모(52.남)씨는 "몇달동안 가게를 열었으나 장사를 할수록 적자만 누적돼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네오스포가 비록 도심에 있지만 교통이 불편한 것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한 한 원인으로 보고있다.

지하철 역과 거리가 멀고 이곳 앞을 지난는 노선 버스 하나없으며 진입로가 복잡해 승용차로 가기도 불편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개장한 부산진구 범천1동 부산디자이너클럽도 주차장 부족 등으로 손님을 끌어들이지 못해 침체의 늪에 빠졌다.

부산에서 서울로 빠져나가는 연간 2조5천억원의 의류.물류비의 유출을 막겠다며 개장했지만 1천8백여 점포 중 28%(5백 곳)만 분양돼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입점한 4백50곳의 점포도 장사가 안 되자 대부분 빠져나가 지금은 1백30곳만 영업, 소비자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

◇ 점포주의 불만=네오스포 실패는 지역 경기가 침체한 가운데 대형 쇼핑몰들이 잇따라 문을 열면서 경쟁에서 도태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현지 상인들은 분양업자가 상가 활성화에 신경을 쏟지 않은 탓이 더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편의.놀이 시설과 교통문제해결등 시급한 문제들은 제쳐두고 상가의 분양에만 열을 올린 졸속 개장의 여파라는 것이다.

점포주들은 "개장 3개월 뒤인 지난해 여름부터 분양업체인 대림산업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아직 응답이 없다" 며 "이제 상가가 완전히 망해버려 더 이상 희망이 없다" 고 분개했다. 점포주들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대림산업 본사에 몰려가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네오스포 상가 비상대책위 박상문 위원장은 "점포주 2천 명은 1억원 이상, 임차상인 1천5백 여명은 2천만원 이상의 피해를 보고있다" 며 "네오스포에 잠긴 지역 자금이 최소 2천3백억을 넘어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경제에 주름살이 깊게하고 있다" 고 말했다.

부산디자이너클럽 점포주들은 "부산디자이너클럽 설립자들이 패션 몰 운영 경험이 없어 분양에 실패하고 상가 활성화 계획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 며 분통을 터뜨렸다.

상인들은 또 "서울디자이너클럽과 관련이 없는데도 서울점의 지점처럼 홍보해 더 많은 피해가 생겼다" 고 주장했다.

◇ 대책=네오스포 분양업체인 대림산업은 "상가를 활성화하기 위해 최대한 지원을 하겠다" 며 "너무 많은 판매점포를 연내에 줄이고 전략 업종을 유치하는 한편 매장도 크게 바꿀 계획이다" 고 밝혔다.

각 층의 점포를 중앙으로 집중배치하고 상권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디지털영화관.아이스링크장.웨딩홀 등을 유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림산업은 공동시행사인 한일합섬과 함께 상권활성화 비용으로 1백여억원을 부담키로 하고 매장 전환을 추진 중이다.

김관종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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