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온 e-메일 1통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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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구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2004년 한국의 구글 팬으로부터 e-메일 한 통을 받았다. “구글은 좋은 검색 엔진”이라는 한글 메시지였다. 브린은 이를 구글의 자동번역기에 입력했다. 하지만 결과는 황당했다. “날 생선 구두를 원한다. 구글 파!”(The sliced raw fish shoes it wishes. Google green onion thing!)라는 엉뚱한 문장이었다. 번역을 본 브린은 즉시 회의를 열었다. 뉴욕 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세계시장을 석권한 구글 번역시스템이 탄생한 계기가 바로 이 순간이라고 보도했다.

컴퓨터 자동번역은 지난 수십 년간 많은 업체가 도전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못 낸 주제였다. 초기 번역 프로그램은 번역하려는 두 언어의 문법을 컴퓨터에 입력해 단어 각각을 해석하는 기계번역이었다. 이는 문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자동번역 방식은 통계적 유추로 변화한다. 원문을 프로그램이 보유한 언어 예문과 대조해 컴퓨터가 문장 의미를 확률적으로 추측하도록 한 것이다.

구글의 장점은 여기서 발휘됐다. 구글은 창립 때부터 전 세계 도서관 자료 등 막대한 양의 지식 정보 데이터를 확보해왔다. 구글은 자신들이 구축한 막대한 텍스트 자료에 뛰어난 검색 기술을 접목시켜 자동번역에서 큰 성과를 냈다. 현재 52개국어를 서비스하는 구글의 무료 번역시스템은 일주일 사용 횟수가 수억 회를 넘는다. 구글은 최근 이미지와 번역시스템을 연계해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한 외국어를 즉석에서 번역해 주는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NYT는 “아직 번역이 구글에 큰 이익을 가져다 주진 않지만 네티즌을 끌어들이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NYT는 구글의 번역에서 아직 사람 수준의 섬세함은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적어도 말한 사람의 핵심 의미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필립 레스닉 메릴랜드대 교수는 “대강의 뜻을 알려면 구글 프로그램이 적당하다”고 평가했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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