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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우즈벡 소년 풋풋한 병상우정 화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스파시바, 스파시바(고맙다). "

23일 오후 서울 신촌 세브란스 재활병원 592병동. 우즈베키스탄 소년 사샤(13)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한국 친구 정담터(14.서울 이화부중3)군이 찾아온 것.

둘은 지난 12일 친구가 됐다. 재활치료를 받으러 지난 6일 입국한 사샤가 이 병원에 입원한 날이다. 연세대 교수인 아버지(정종훈)의 권유로 이곳에서 장애아들의 장난감을 닦아주는 자원봉사를 하던 鄭군과 만났다. 또래인 두 소년은 금세 친해졌다. 사샤는 선천성 척추기형으로 인한 성장 장애로 4~5세 아이의 키에 불과하다. 다리도 안쪽으로 심하게 굽어 마비된 상태.

사샤는 지난해 8월 의료봉사차 우즈베키스탄에 갔던 세브란스 재활병원 의료진의 눈에 띄었다. 고아원에서 휠체어도 없이 손으로 땅을 짚고 몸을 끌고 다니던 사샤를 의료진은 한국에 데려와 무료로 치료해 주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아파요…. "

사샤는 鄭군이 가르쳐준 한국말을 어설프게 따라한다. 鄭군도 그를 만난 첫날 러시아어 사전을 사 기초 러시아어를 공부 중이다.

낯선 병실에 혼자 누워 있는 사샤를 위해 鄭군은 매일 방과 후 병원을 찾는다. 휠체어를 끌고 병원 안팎을 구경시키고 말동무가 돼준다. 사샤는 이제 모르는 사람들에게 웃으며 "안녕" 하고 인사할 만큼 명랑해졌다.

사샤는 한국에 두세달쯤 더 머물러야 한다. 검사 결과 한쪽 신장이 거의 기능을 잃어 수술을 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鄭군은 사샤가 돌아간 뒤에도 e-메일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컴퓨터와 인터넷 사용법을 가르쳐주겠다고 했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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