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끝나는 대로 6자회담 추진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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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이 1박2일의 짧은 방한 기간에 유독 강조하고자 했던 것은 크게 두가지다. 북핵 6자회담의 조기 개최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이를 위해 긴밀히 협조하자는 게 첫째다. 둘째는 한.미동맹이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한 만큼 앞으로 더욱 포괄적이고 역동적인 양국 관계로 발전시키자는 메시지다.

◆"북한 공격할 의사 없다"=파월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안부를 전한 뒤 "이라크 추가 파병과 주한미군 재배치에서 보여준 한국 정부의 긴밀한 협력에 거듭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 대선이 끝나는 대로 조기에 4차 6자회담을 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게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며 "미국은 대북 적대시 정책을 갖고 있지 않으며, 공격할 의사도 없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이에 대해 그동안 축적된 부시 대통령과의 신뢰관계에 만족을 나타낸 뒤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양국 간 현안이 상호 존중과 긴밀한 협력정신 위에서 모두 순조롭게 해결돼 다행"이라고 말했다고 청와대 김종민 대변인이 전했다.

◆"한.미동맹, 그 어느 때보다 굳건"=파월 장관은 노 대통령을 예방한 뒤 외교부 청사에서 반기문 장관과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한 후 내.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각종 현안에 대한 미 정부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먼저 "한.미동맹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하다"며 "다음달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양국 정상이 다시 만나 미래 한.미동맹의 발전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으면 한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빨리 종결짓는 게 중요하며, 가능한 한 빨리 4차 6자회담이 열리길 바라고 있다"며 "회담이 재개되면 북한에도 큰 이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반 장관은 "4차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위해서는 관련국들이 좀더 창의적인 제안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서는 또 양국 간 교류 확대를 위해 비자 면제 협정 및 FTA 협정 체결 문제도 계속 논의해 가기로 했다고 반 장관은 밝혔다.

◆"한국 핵물질 실험, 북한과는 비교 불가"=파월 장관은 정동영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는 한국의 핵물질 실험에 대한 견해를 비교적 소상히 밝혔다. 그는 "한국의 핵물질 실험은 북한.이란과는 비교할 수 없는 사안이며,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최근 미국 정부가 한국의 핵물질 실험 건을 유엔 안보리에 상정할 것이란 근거없는 소문이 돌고 있는 데 대해 미 정부 차원에서 진화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문이 확산될수록 한.미 양국에 득이 될 게 전혀 없다는 데 서로의 견해가 일치했다는 얘기다.

파월 장관은 또 "개성공단은 커다란 가능성과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며 "군사지역을 가로지르는 남북 간 연결도로 사진을 보고 매우 놀랄 만한 일이라고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계란 투척 소동=파월 장관 일행이 청와대에서 외교부 청사로 이동하던 중 누군가 파월 장관의 승용차에 계란을 던져 경호팀에 한때 초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외교부 청사 부근에서 1인 시위를 하던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소속의 30대 여성이 제지하는 경찰 너머로 계란 한개를 던졌다"며 "경찰 한명이 팔로 계란을 막았는데, 그 파편이 공교롭게도 파월 장관이 탄 승용차에 튀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그가 경찰에 연행된 뒤 계속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어 아직 신원 파악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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