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NIE 교실 신청사연] 읽기·쓰기 두려운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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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희(가운데)양이 정옥희(오른쪽) NIE 전문위원의 지도에 따라 신문 기사를 스크랩한 뒤 자신의 생각을 적고 있다. [최명헌 기자]

“남편이 실직 상태라 세 딸들에게 사교육을 시키기 어려운 형편입니다. 엄마가 직접 지도하다 보니 학년이 올라갈수록 부족함이 많이 느껴지네요. 특히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막내가 난독 증세로 글을 읽고 쓰는 데 두려움을 갖고 있어 걱정이 앞섭니다. 우리 막내에게 글을 읽으면서 세상을 살아갈 지혜를 얻는 과정이 얼마나 기쁘고 즐거운 일인지 알려주고 싶습니다.”

이경희(47·서울 개화동)씨가 NIE 자문단에 도움을 청한 까닭은 막내딸 이성희(서울 방화중 1)양 때문이다. 성희는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주변에서 천재라는 평을 들었다. 한번 들은 내용은 잊어버리는 법이 없고 의사표현도 똑 부러지게 잘했다. 고3·고1인 두 언니도 성적이 상위권이라 이씨는 성희가 공부를 못하리라곤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성희가 3학년에 올라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담임 교사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교직 생활 13년 만에 이렇게 읽기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는 처음 본다고 했다. 학습 부진아 반에서 수업을 받게 하는 게 어떻겠느냐며 이씨의 의견을 물었다. 이씨는 “머리를 망치로 쾅 얻어맞은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성희는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학습 부진아 반을 벗어나지 못했다. 성희는 “나는 그저 사회를 못하고 수학을 잘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친구들과 좋아하는 과목이 다를 뿐, 특별히 부족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이씨는 “초등 5학년 수준의 책도 혼자 읽고 이해하지 못하는데…”라며 답답해했다.

성희는 처음엔 자문단의 방문을 내켜하지 않았다. 그러나 엄마의 간곡한 부탁에 마음을 돌렸다. 이씨는 “지금 당장 부진한 과목의 성적이 오를 거란 기대는 하지 않아요. 그저 성희가 혼자 책과 신문을 읽으며 세상살이를 배워나갈 수 있도록 도울 방법이 있다면 열심히 실천해볼 생각입니다.”


이렇게 하세요
사진으로 짧은 글 짓고, 화보 꾸미고 …

NIE 자문단은 성희의 증세가 어느 정도인지 진단하기 위해 몇 가지 테스트를 실시했다. 심리검사·읽기 능력 검사·학습 습관 검사를 하자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성희는 난독증이 아니었다. “A4 한 페이지 분량의 글을 소리 내 읽게 했더니 심각한 오독은 1회에 불과했어요. 읽기 능력은 또래 아이들과 엇비슷한 수준입니다.”

학습 부진의 원인은 심리검사에서 드러났다. 가족 내에서 외톨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고 있었다. 아버지의 실직 때문에 일어나는 잦은 부부 싸움과 자신과 달리 우등생인 언니들 사이에서 항상 불안하고 위축된 상태로 지내왔기 때문이다. 가정 내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학습 의욕뿐 아니라 집중력과 적극성까지도 떨어뜨린 것이다.

이씨가 직접 공부를 챙기는 상황도 힘들어 했다. “성희는 엄마에게 말도 안 되는 불만이나 짜증도 맘껏 털어놓고 따뜻하게 위로받고 싶어해요. 그런데 엄마가 냉철하고 이성적인 교사의 역할을 하고 있어 앞에 서면 주눅들고 지치는 거죠.”

이경희씨 가족에게 추천하는 NIE는

NIE 자문단은 성희의 자신감과 학습 의욕을 높이는 일이 급선무라고 판단했다. 첫 단계로 공부에 엄마의 개입을 줄이고 아이의 선택을 존중할 것을 당부했다. NIE만큼은 성희가 마음대로 꾸밀 수 있는 자유로운 시간으로 만들어 주라는 뜻이다. 기사도 직접 선택하고 NIE 활동도 성희의 관심사에 맞추기로 했다. 성희의 NIE 작품에 대한 ‘평가’는 금물이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등을 지적하는 것은 학습 의욕을 더욱 꺾어놓을 뿐이다. 신문 학습에 질리지 않도록 15분 이내로 간단한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표정·직업 등 찾아보기= 성희는 글 읽기에 두려움을 갖고 있는 만큼 NIE는 기사보다 사진으로 시작하는 편이 낫다. 신문을 펼치기 전에 “손가락으로 할 수 있는 활동이 뭐가 있을까?”라고 질문을 던진다. 연필 잡기·로션 바르기·종이 찢기·돈 세기 등 아이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은 뒤 신문 사진 속에서 손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찾아보게 한다. ‘다양한 표정 찾기’나 ‘옷차림 알아보기’ ‘직업 찾기’ 등도 가능하다. 신문이 친숙하고 쉬운 매체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데 효과적이다.

■이야기 꾸미기= 신문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을 3장 고르게 한다. 아이가 고른 사진을 토대로 이야기를 꾸며 사진 사이의 관련성을 맺어주게 한다. 가령 웃는 얼굴, 단풍이 든 산의 풍경, 신제품 휴대전화 사진을 골랐다면 “등산하다가 새로 산 휴대전화로 단풍 사진을 찍어 배경 화면으로 저장한 뒤 기분이 좋아 웃고 있다’라는 식으로 말을 지어보면 된다. 관찰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다.

■화보집 만들기= 화보는 한 가지 주제와 관련된 사진을 기승전결 형식으로 편집한 자료다. 올림픽이나 전시회 등 볼거리가 풍부한 행사나 대회를 전달할 때는 현장성이 강한 사진으로 화보집을 꾸미는 편이 효과적이다. 아이에게 주제를 선정하게 한다. 신문에서 주제에 맞는 사진을 오리고 순서에 맞게 배치한 뒤 사진마다 간단한 설명과 제목을 붙여 완성한다.

■신문 게시판 꾸미기= 성희는 가족 사이에서 소외감을 많이 느끼는 편이다. 성희를 위한 NIE 자료에 가족들이 함께하는 공간을 마련하면 유대감을 느낄 수 있다. 가족들이 자주 다니는 거실 벽면이나 화장실 문 앞 등에 NIE 게시판을 만든다. 전지 등 큰 종이를 붙여놓고 가족들이 성희가 보면 좋을 법한 신문 기사나 사진을 오려 붙여주면 된다. 추천한 이유도 댓글처럼 간단하게 적어놓으면 소통의 공간이 될 수 있다.

박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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