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부처 실·국·과장 '단명' 졸속 정책 낳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정부의 주요 정책을 입안, 집행하는 행정부처 실장.국장.과장의 재임기간이 너무 짧아 전문성 저하에 따른 졸속 정책 양산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금융감독원.교육부 등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부처일수록 단명(短命) 실.국장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국민적 우려를 낳고 있는 의료보험 문제도 이를 담당하는 연금보험국장이 1997년 3월부터 2000년 9월까지 세명이 바뀌어 정책의 일관성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말았다. 평균 10.5개월마다 경질된 것.

국가의 백년대계를 책임지는 교육부의 경우도 대학 재정지원 등 대학정책을 총괄하는 대학지원국장 자리가 99년 6월부터 2001년 1월까지 1년반 동안 세명이 바뀌어 6개월마다 한명씩 갈린 셈이다.

중앙인사위원회(위원장 金光雄)는 21일 중앙 부처 실.국.과장 등 1~3급 고위 공직자 1천8백40명을 대상으로 보직 재임기간을 조사한 결과 평균 1년2개월15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교육부.통일부.재정경제부 등 국가 핵심 정책을 담당하는 기관의 고위 관료 재임기간은 1년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번 조사는 97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 30일까지 4년 동안 48개 중앙 기관의 보직을 분석한 것으로, 고위 관료의 보직이동을 조사하기는 처음이다.

실.국장급의 경우 부처별로는 국정홍보처에 단명 실.국장이 가장 많았다(평균 재임기간 6개월).

또 정부의 살림을 담당하는 기획예산처는 평균 7개월, 산업자원부는 9개월, 교육부.통일부는 10개월에 지나지 않았다. 이밖에 실.국장급의 평균 재임기간이 1년이 안되는 기관은 행정자치부.경찰청 등 23곳에 달했다.

과장급의 경우는 기획예산처와 금감위가 평균 5개월로 가장 짧았으며, 문화재청.청소년보호위원회.교육부.산자부가 그 뒤를 이었다.

반면 농촌진흥청은 중앙 기관 중 유일하게 국.실장과 과장들의 재임기간이 평균 2년을 넘었고, 국방부.법제처.기상청 등의 실.국.과장이 비교적 장수했다.

직종별 평균 재임기간은 ▶행정.공안직 1년▶일반직 1년반▶기술직 1년2개월▶별정직 1년4개월▶계약직 1년8개월▶연구직 2년 등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3급 이상 고위 공직자의 계급을 없애고 각 직위에 직무값을 매겨 적임자를 선발, 배치하는 고위 공무원단(인력 풀)제도의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고대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