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뮤지컬 '모스키토' 올리는 김민기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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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제가 돈 안되는 공연만 좇나요? 그래도 누군가는 해야죠."

1970년대에는 '아침이슬''공장의 불빛' 등의 운동 가요를 작곡한 가수, 지금은 극단을 이끄는 학전의 김민기 대표(사진). 그는 '그 때 그 시절'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의 고민은 '지금'에 뿌리를 두고 있다.

"요즘 아동물은 출판이나 연극에서 대접받죠. 하지만 청소년을 위한 공연은 어디에도 없어요. 어떻게 합니까. 저라도 해야죠."

그는 29일부터 청소년 뮤지컬 '모스키토 2004'를 올린다. 4년 만이다. 그것도 서울 강남의 백암아트홀에서 말이다. "학교 끝나고 학원 가랴, 독서실 가랴. 청소년들이 공연장을 찾아올 시간이 있을까요. 그래도 이 작품에 목을 축이는 관객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막을 올려야죠."

록 뮤지컬 '모스키토'는 1997년과 99년, 그리고 2000년에 서울 대학로 소극장에서 공연됐다. '청소년에게 선거권이 있다면'이란 가상의 상황에서 교육 현실을 신랄하게 풍자했던 작품이다. 이번에는 400석 규모의 중극장에서 올라간다. 세월이 흐른 만큼 작품도 꽤 바뀌었다. "칼날은 더욱 날카롭고, 타깃은 한층 직설적입니다." 출연 배우도 8명에서 15명으로 늘었다.

"교육 제도의 틀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어요. 기존 청소년극의 한계는 그 틀을 인정하는 데서 옵니다. 틀은 놔두고 그 안에서 사랑 얘기만 하는 식이죠." 그는 주위를 둘러보라고 했다. "사교육비에 부모 허리는 휘고, 지옥을 탈출하듯이 조기 유학을 떠납니다. 모두가 헉헉거리죠."

이젠 벼랑 끝까지 몰렸다고 했다. "얼마 안 가 세대 갈등과 계층 갈등이 교육 문제로 집중될 겁니다. 이젠 가정이나 일부 사회의 몫이 아니라 전면적이고, 국가적인 이슈로 봐야 합니다. 늦어도 차기 정권에선 가장 핵심적인 문제로 떠오를 테니까요."

자신도 아들이 둘이다. "큰 애는 고3, 작은 애는 고1 이죠. 학원에 갔다가 밤 열두시가 넘어야 돌아오니까 얘기 나눌 시간도 없어요. 기존의 교육 제도 안에서 대안을 찾긴 이제 불가능한 단계입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소중한 자원만 소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초.중.고.대학 과정의 6.3.3.4년제 등을 비롯한 기본적인 틀부터 재검토해야 합니다." 그래서 '모스키토 2004'에는 교육 문제로 인한 현실적 위기감이 더욱 팽팽하게 그려진다. 2005년 2월6일까지 백암아트홀, 2만5000~3만5000원, 02-763-8233.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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