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더듬는 경기…회복은 하반기에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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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걱정했던 대로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올 2월 중 실업자는 다시 1백만명을 넘어섰다. 올 1분기 성장률도 좋지 않으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하반기부터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보지만 해외 의존도가 큰 경제구조 때문에 미국.일본 경기의 상황에 따라 침체가 오래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 지난해 3분기 정점, 올 하반기 회복 전망〓한은은 경기가 지난해 3분기에 정점을 지난 점에 대해선 확신하면서도 언제 바닥을 칠지에 대해선 매우 조심스런 입장이다.

한은은 ▶국제유가 급등 등 교역조건이 나빠진 데다▶2분기부터 국내 증시 침체와 구조조정에 따른 불안심리로 소비가 위축됐고▶미국 경제가 급속히 악화돼 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그림에서 보듯 계절적 요인을 감안한 경기의 순환변동치는 경기가 지난해 3분기에 정점을 기록한 뒤 하강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정호 통계국장은 "경기의 바닥을 말하긴 이르지만 국제유가가 25달러 안팎에서 안정되고 반도체 가격도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작아 늦어도 하반기부터는 경기가 회복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 벌어들인 돈에 비해 구매력은 약해져〓지난해 연간 국내총생산(GDP)은 4백76조2천억원. 그러나 해외에서 외화로 바꿔 물건을 얼마나 살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4백9조6천억원에 그쳤다.

GDP와 GNI의 차이인 66조원은 수입품 값이 오르면서 증발한 셈이다.

국민들로선 열심히 물건을 만드는 등 일을 해 1999년보다 8.8% 더 벌었다고 하지만 외화로 따져 실제로 물건을 살 수 있는 능력으로 보면 2.3%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는 얘기다.

이는 우리가 외국에서 사들이는 원유와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른 반면 우리가 주로 파는 반도체 등의 가격은 급락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해외에서 사들인 물건과 국내에서 판 물건값의 차이가 커지면서 우리가 벌어들인 돈으로 외국 물건을 사들이는 능력이 떨어짐에 따라 지난해 실질무역 손실액이 64조5천8백억원으로 99년(32조원)의 두배로 불어났다.

◇ 실업자, 3월부터 다소 줄어들 듯〓재정경제부는 2월 중 실업자가 다시 1백만명을 넘었지만 계절적 요인이 큰 만큼 3월부터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재경부는 그 근거로 지난 10년 동안 2월에는 1월보다 실업자가 평균 12.3% 늘었고, 3월이 되면 다시 4.2% 정도 감소한 점을 들었다.

재경부 관계자는 "97년과 98년 3월 외환위기 이후 특수 상황 때문에 실업자가 크게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과거 3월 실업자 감소폭은 4%를 웃돈다" 며 "3월 실업자는 다시 1백만명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고 전망했다.

한국개발연구원 유경준 연구위원은 "3월 이후에도 실업자가 빠른 속도로 줄지는 않을 것 같다" 면서 "연간으론 4% 안팎의 실업률을 유지할 것" 이라고 전망했다.

송상훈.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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