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계에 '블랙 라벨' 출시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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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비싸더라도 더욱 고급스럽게' .

요즘 패션계는 갈수록 고급화를 지향하고 있다. 유행과 개성을 중시하며, 구매력이 높은 20~30대 여성을 주 타깃으로 캐릭터 캐주얼부터 고가의 수입 브랜드까지 '럭셔리' 전략으로 소비자를 공략한다. 요즘 패션 시장에 불고 있는 '블랙 라벨' 바람도 이 고급화 추세에 한 몫 한다.

블랙 라벨은 본래 의상에 부착된 검정색 라벨을 가리키는 말. 그러나 이보다는 소재를 고급화하고 판매 가격을 높인, 일부 고급 제품을 지칭하기도 한다.

일부 해외 브랜드의 경우 조니워커 블랙처럼 아예 브랜드 이름에 블랙 라벨을 붙이는 경우도 많다.

아르마니의 경우 블랙 라벨이 소개돼 있지만 ㈜두산은 최근 해외 브랜드인 랄프 로렌 블랙라벨을 국내에 들여왔다. 랄프 로렌은 폴로 스포츠.랄프 로렌.랄프 로렌 보이즈 등을 선보였지만 블랙 라벨이 국내에 들어온 것은 이번이 처음.

이 라벨의 정장은 보통 2백만원이 넘고 스커트 한 벌만 해도 50만~80만원이다. 10만~40만원에 판매되는 랄프 로렌 캐주얼 의류에 비하면 가격이 월등히 비싸다.

㈜두산측 관계자는 "블랙 라벨은 보다 품격을 중시하는 20~40대 소비자를 겨냥하고 있다" 고 말했다.

샘소나이트 블랙 라벨도 있다. 샘소나이트는 여행가방으로 유명한 브랜드지만 블랙 라벨은 의류를 포함한 패션 브랜드의 또다른 이름. 이 블랙 라벨의 경우 정장은 보통 1백50만~2백만원, 핸드백은 40만~50만원, 신발은 20만~35만원.

캐주얼 브랜드도 고급화 바람을 무시하지 않는다. 게스는 블랙 라벨 개념으로 일반 제품보다 20~30% 가격이 비싼 '브랜드G' 를 최근 선보였다.

국내 패션 브랜드에도 이미 블랙.레드.골든 라벨의 고급 의류가 자리를 잡고 있다. 베스티벨리와 비키 브랜드를 갖고 있는 ㈜신원은 'b-bestibelli' 와 '프리미엄 비키' 를 갖고 있으며, ㈜바바패션의 아이잗바바에는 블랙 라벨 상품이 나오고 있다.

아이잗바바의 일반 정장 한 벌은 40만~50만원이지만 블랙 라벨 정장은 60만~70만원 선. 이밖에 타임.크레송.미샤.안지크.모리스커밍홈 등의 브랜드도 레드.골드.블랙 등의 고급 라벨 제품을 갖고 있다.

국내 브랜드의 경우 최근 2년 전부터 명품 의류의 국내 진출이 활기를 띠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패션 브랜드를 고급화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블랙 라벨의 가장 큰 특징은 생산 수량이 제한된다는 것. 초고급 의류의 경우는 10벌을 넘지 않으며, 많아야 10~50벌만이 소비자들과 만난다. 원단 고급화에 따른 가격 상승보다 희소성에 가치를 더욱 두었다는 분석이다.

소비자 폭이 좁은 만큼 홍보를 하지 않는 것도 또다른 특징. 패션 PR업체인 데크 인터내셔널의 신옥길씨는 "고가 의류인 경우 일반적인 홍보보다는 대외적인 행사를 통한 고객과의 밀착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 다르다" 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잇따르고 있는 수입 브랜드의 활발한 국내 입성은 이런 고급화 경향을 더욱 재촉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개성이 중시되는 풍토에서 고급 원단과 독창적인 소재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는 당연하다는 것. 명품과 블랙 라벨은 특히 기성복이라는 테두리 안에서도 뭔가 다른 것, 특별한 것을 찾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공략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아무리 수량을 제한해도 소비의 고급화 현상은 갈수록 '명품 위의 명품' 을 필요로 한다. 랄프 로렌은 블랙 라벨 위에 퍼플 라벨을 두고 있으나 국내에는 아직 소개되지 않았다.

한 패션 관계자는 "가격이 비싼 제품일수록 컬러와 디자인 등에서 일반 제품과 차별된다" 며 "라벨의 고급화에는 갈수록 높아지는 소비자의 욕구를 놓치지 않으려는 마케팅 전략이 들어 있다" 고 설명했다.

그러나 고급 제품은 역시 가격이 문제. 개성과 품격을 위해 지불하기에는 부담스런 가격이다.

한 고가 브랜드의 관계자는 "한 두 달치 월급과 맞먹는 옷 한 벌을 사면서 신용카드를 긋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며 "생활수준을 무시하고 '귀족주의' 를 좇는 일부 소비에는 여전히 거품이 많다" 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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