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똑같이 40승14패, 마지막에 웃은 건 모비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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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스가 정규리그 마지막 날 창원 원정에서 축배를 들었다. 프로농구 출범 이후 마지막 날 정규리그 우승이 결정된 것은 2002~2003시즌(오리온스 우승)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그 만큼 길고 뜨거웠던 경쟁이었다. 모비스는 7일 창원에서 LG를 80-69로 이기고 시즌 40승14패를 기록했다. 이날 KT도 부산 홈에서 KT&G를 94-75로 꺾고 40승14패를 올렸다. 두 팀은 상대 전적도 3승3패로 같다. 모비스는 맞대결 다득점에서 앞서 극적으로 정규리그 우승컵을 차지했다.

40승은 2003~2004시즌 TG삼보(동부의 전신)가 기록했던 정규리그 최다승 타이 기록이다. 숨 막히는 경쟁 끝에 모비스가 결국 웃었지만 KT도 모비스와 동시에 정규리그 최다승을 올렸다. 다시 나오기 어려운 기록이다.

◆정규리그 최다 우승 모비스=모비스는 전신 기아 시절까지 포함해 정규리그 통산 5회 우승을 차지했다. 프로농구 최다 기록이다. 종전 기록(4회·모비스)을 스스로 경신했다. 최근 다섯 시즌 중 네 차례 정규리그 우승이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마지막까지 피 말리는 승부 속에 거둔 우승이라 더 값지다”고 말했다. 올 시즌 모비스의 힘을 보여주는 키워드는 ‘함지훈(26·1m98㎝)’이었다. 유 감독은 함지훈을 두고 “올 시즌 진정한 최우수선수(MVP)”라고 강조했다. 함지훈은 평균 14.8점·6.9리바운드·4어시스트를 올리며 최고의 포워드로 자리매김했다.

모비스 선수단이 정규리그 마지막 날인 7일 2년 연속 우승을 달성한 뒤 기뻐하고 있다. 모비스는 최근 다섯 시즌 중 네 차례나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최고 명문 구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창원=연합뉴스]

함지훈은 2007년 신인 드래프트 10순위에 불과했다. 빅맨 치고 키도 크지 않고 점프력도 떨어진다. 하지만 영리한 플레이로 정상에 섰다. 이상범 KT&G 감독은 “대학 시절 부상이 잦았던 탓에 드래프트 10순위로 밀렸던 선수다. 하지만 신인 때 부상으로 오래 결장한 이후에는 다친 적이 없다. 그동안 얼마나 뼈를 깎는 훈련과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있다”고 칭찬했다. 선수들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끌어내는 모비스의 저력이 올 시즌 함지훈에게서 드러났다.

◆꼴찌에서 우승 다툼까지=KT 돌풍은 올 시즌 내내 농구계의 화두였다. 지난해 꼴찌에서 일약 우승 직전까지 성적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KT 지휘봉을 잡은 전창진 감독의 지도력이 화제가 됐다.

KT 선수들이 7일 KT&G를 꺾은 뒤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전광판으로 모비스-LG의 경기 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접전 끝에 결국 모비스가 승리해 KT는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부산=연합뉴스]

전 감독은 “패배의식을 떨쳐내는 게 쉽지 않았다. 첫 미팅에서 시즌 목표를 물으니 ‘플레이오프 진출’이라고 답하더라. ‘남자로 태어나서 목표가 고작 그거냐. 목표는 우승’이라며 호통을 쳤다”고 회상했다.

KT는 비시즌 내내 혹독한 체력 훈련을 했다. 훈련 도중 전 감독에게 눈물이 쏙 빠지게 야단을 맞았던 선수들은 저녁 때 감독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속내를 털어놓았고, 탄탄한 조직력 속에 알토란 같은 선수들로 거듭났다. 이석채 KT 회장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병원에 찾아가 부상 선수를 직접 문병하는가 하면 경기도 분당 본사에 선수단의 선전을 기원하는 플래카드를 내걸기도 했다.

전창진 감독은 “선수들이 시즌 도중 ‘어떤 팀을 만나도 질 것 같지 않다’고 말했을 때 자신감을 얻었다”면서 “54경기의 대장정을 꾸준하게 해내 40승을 거뒀다. 그런 게 정규리그의 묘미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편 정규리그 마지막 날 우승팀과 함께 꼴찌팀도 가려졌다. 전자랜드와 오리온스가 15승39패로 동률이 됐지만 상대 전적에서 뒤지는 오리온스가 최하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부산=이은경 기자, 창원=김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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