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과학] 때 어떻게 빠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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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비누.샴푸 등 세제는 생활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사실 몸이나 옷에 묻은 때가 맹물에 잘 녹는다면 세제를 따로 만들어 쓸 필요가 없다. 설탕이나 소금처럼 물로 헹구어 잘 빠지는 것도 있지만 물과는 친화력이 없는 기름때도 많다.

그러면 세제는 어떻게 맹물보다 더 깨끗하게 기름때를 빼줄까. 세제의 때 빼는 힘은 때와 세제의 분자가 잘 어울려 착 달라붙는 데서 나온다.

세제를 물에 풀면 양극인 나트륨 분자가 떨어져 나가고, 막대 형태의 음극을 가진 비누 분자끼리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미셀' 이라는 아주 작은 공을 만든다. 둥그런 고슴도치를 연상하면 된다. 공의 겉은 음극을 띠고 속은 전혀 극성이 없다.

기름때를 빼주는 것은 바로 이 공이다. 기름때 역시 양.음극 어느 쪽 성질도 띠지 않는 비극성이기 때문에 공의 안쪽 비극성과 서로 잘 붙는다. 공의 안쪽에 미세한 때를 가두는 셈이다.

이렇게 기름때가 공에 갇혀 있을 때 물로 씻어내면 비눗물과 함께 때가 빠진다.

공의 바깥쪽 음극은 그것대로 역할이 있다. 양극성인 때를 달라붙게 하고, 물 분자의 표면장력을 약하게 만들어 섬유 속으로 물이 잘 스며들게 한다.

그러나 철이나 칼슘.마그네슘 등 양극을 띠는 금속이 많이 들어 있는 센물에서는 비누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한다. 공의 음극성 부분에 이들 금속이 때보다 먼저 달라붙어 공을 못 만들게 하기 때문이다. 결국 때는 섬유 틈새나 피부에 그대로 달라붙어 있을 수밖에 없다.

합성세제는 공과 금속이 달라붙는 성질을 아주 약하게 만들어 센물에서도 세탁이 가능하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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