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정 종식 과도정부 구성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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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홍콩〓진세근 특파원] 미얀마의 민주지도자며 1991년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아웅산 수치(56)가 현 미얀마의 군사정부와 과도정부를 구성키로 합의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호주의 시드니 모닝 헤럴드지는 10일 수치의 측근 소식통을 인용, "수치와 군부가 권력 분점안을 놓고 협상을 해 전국민주동맹(NLD)과 군부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과도정부를 수립키로 합의했다" 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군사정부와 수치 여사는 과도정부 구성방안을 놓고 계속 협의할 것이며 그동안 통제됐던 전국민주동맹(NLD)인사들의 수치 여사 자택출입도 허용될 것" 이라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도 지난 2월말 수치와 군사정권이 권력배분을 위한 협상에 들어갔다고 보도한 바 있고, 태국과 주변국 소식통들도 군사정부의 군정종식이 임박했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미얀마에서 지난 40년 가까이 계속된 군부통치가 평화적으로 종식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군부 실세인 킨 누인트 중장이 지난해 10월 수치 여사와 첫 접촉을 했으며 이 때부터 군 정보국 장성들이 12차례에 걸쳐 수치와의 막후 협상을 계속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군부가 협상에 나선 것은 파탄 직전에 처한 국가재정 때문이다. 수치 등 민주화 세력을 탄압해 장기간 미국과 유럽연합의 경제제재를 받아온 미얀마는 최근 급속한 통화팽창에다 외화가 뭉칫돈으로 빠져나가면서 국가경제가 붕괴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미얀마 군사정부의 최고통치기구인 국가평화발전위원회(NCPD)는 통치권의 배타적 행사를 포기하고 권력을 분점하는 대신 국제사회의 제재를 벗어나 파산위기의 국가경제를 회복시키는 쪽으로 방향전환을 하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과도정부 구성합의는 수치의 입장에서 보면 중대한 양보다.

수치는 그동안 군사정부에 자신이 승리했던 90년 총선결과를 인정하고 정권을 내놓을 것을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수치의 한 측근을 인용, "개인적 야심을 버린 순수한 결단" 이라고 전했다. 외교소식통들은 "군부의 협상태도를 지켜본 뒤 오는 7월께 제재 해제 등 다음 단계를 논의할 수 있다" 는 입장을 표명했다.

미얀마에선 62년 3월 네윈의 군사쿠데타로 군정이 시작됐고 88년의 반군사독재 시위 때 3천여명이 사살됐다.

또 90년 5월 총선에서는 수치가 이끄는 NLD측이 80%가 넘는 지지율로 압승을 거뒀지만 군사정부는 민정이양 대신 국민회의(NC)를 구성하고 헌법을 개정해 군부집권을 제도화하는 장치를 명문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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