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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칼럼] 위성방송 10월 출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올해는 우리 방송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해의 하나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상파 방송이 디지털로 전환하고 디지털 위성방송이 시작돼 본격적인 멀티미디어 시대를 열게 되기 때문이다. 위성방송 사업자가 수년간의 논란을 거쳐 지난해 말 선정돼 연내 본방송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위성방송은 1백여개(처음엔 70여개)의 다양한 채널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종전에도 케이블TV를 통해 많은 채널을 시청할 수 있었지만 위성방송은 케이블TV와 크게 다르다.

우선 여러 개의 채널을 다양한 패키지로 묶어 가입자가 원하는 것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영화.스포츠 중계.서태지 공연 등 특별 이벤트 같은 특정 프로그램에 대해 본 만큼 시청료를 지불하는 페이 퍼 뷰(Pay Per View)방식도 선보인다.

게다가 TV를 이용한 전자상거래, 각종 정보를 문자로 알려주는 데이터 방송 등 쌍방향 서비스로 멀티미디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방송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시청자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방송을 더욱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 더욱이 위성방송 실시로 영상 관련 산업이 성장해 국가경제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영상산업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동안 국내 영상산업은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 중심 체제였지만 최근엔 한국 영화의 약진, 게임 분야의 활성화 등 영상산업에 활력을 주는 새로운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위성방송은 이런 내용들을 수용하면서 채널사업자.독립 프로덕션 등 영상산업계를 크게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위성방송 사업자로 선정된 한국디지털위성방송(KDB)이 오는 7월부터 3개월간의 시험방송을 거쳐 10월에 본방송을 시작하려던 당초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채널 문제가 심각하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이 늦어지고 이에 따라 등록제 시행이 지연되면서 1995년 시작한 케이블TV의 부진을 반면교사로 운영 규모를 줄이고 경쟁력 있는 분야를 찾아나선 여러 채널들이 불투명한 상황을 맞은 것이다.

위성방송 전망에 대해선 비관적인 입장이 여전히 남아 있다. 과연 KDB의 전망대로 2005년 말 2백만 가입자를 확보해 안정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지, 프로그램이 없어 채널을 외국 프로그램으로 때우는 것은 아닌지 등을 우려하는 시각들이 있다. 이런 상황에 제도 운영을 둘러싼 일정 지연까지 겹쳐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불과 몇년 전까지 미래학에서나 논의됐던 멀티미디어 시대가 우리 앞에 바짝 다가왔다. 그리고 그것을 현실화할 또 하나의 도구로 위성방송이 준비 중이다. 무릇 새로운 미디어의 도입에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법이다. TV.인터넷.VOD(통신망을 활용한 주문형 비디오) 등이 처음 등장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TV.인터넷은 기대대로 살아 남았고 VOD는 우려대로 사라졌다. 그 생존의 갈림길에서 성패는 제도.사업자.이용자의 삼박자가 잘 맞는가 아닌가에 달려 있다. 이는 위성방송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김대호(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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