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VJ특공대' 순직소방관들 생전 활동 방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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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지난 4일 서울 홍제동에서 일어난 화재를 진압하다가 순직한 여섯명의 소방관들. 그들은 낡은 건물이 물을 흡수하면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혹시 사람이 갇혀 있지는 않을까 해서 구조에 나섰다가 숨졌다.

KBS2 'VJ특공대' (밤 9시50분)가 9일 방영하는 그들의 생전 활동 모습을 보면 이번 일이 사고가 아니라 말 그대로 의로운 죽음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 프로가 지난해 9월 22일 내보낸 주인공들이 바로 서부소방서 소방관들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활동 모습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

당시 방영분의 제목은 '별걸 다 하는 남자' . 소방관들이 하는 일이 너무나 다양했기 때문에 그렇게 붙였다. 불을 끄는 일은 기본이고 벌떼 출현.자살 소동 진압, 고장난 엘리베이터에 갇힌 사람 구해내기 등 119가 관여하지 않는 일은 거의 없었다.

최호준(34).서경선(여.29)PD가 한 달 동안 찍은 소방관들의 일상에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려는 숭고한 소명의식이 진하게 배어 있었다. 당시 소방관들이 한 말을 들어보면 그들의 희망과 고뇌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뭐냐는 질문에 "잠 한 번 실컷 자보는게 소원" 이라고 말한 고(故)김기석(42)씨. 내무반에서 구조복으로 갈아 입으며 웃음짓던 표정이 그렇게 환할 수가 없었다.

자살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오인 신고로 밝혀지자 "소란스럽다" 며 화를 내던 여관주인을 뒤로 하고 돌아서던 고 장석찬(34)씨의 허탈한 뒷모습.

화면은 다시 영결식장으로 바뀐다. 숨진 동료들을 자기 손으로 끄집어낸 이성촌씨는 영결식장에서 "이렇게 허망할 줄 몰랐는데…. 동료들을 꺼냈을 때 얼굴이 편해 보여서 살 줄 알았는데…" 라며 오열했다.

지난해 방영한 프로에서 "소방관 일을 천직이라고 생각한다. 일하다 죽는 게 소원" 이라고 말했던 그였다.

제작진도 지난번 녹화 테이프와 이번 촬영분을 모아 편집하면서 눈물을 참지 못했다고 한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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