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TV중계권 가이드라인 필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이번에 시청자들이 채널 선택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과거에는 모든 방송이 획일적으로 똑같은 경기를 중계했고, 방송 폭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시청자들이 채널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었다.

또한 중계방송 시간이 늘었고, 과거보다는 다양한 종목이 중계됐다. 이번에는 221시간을 방송해 4년 전 지상파 방송 3사가 방송한 150시간보다 늘었다. 한 방송사가 약 50시간을 방송하면 아무래도 인기 종목, 한국 선수 참가 종목 위주로 방송하게 되고, 어느 채널이나 똑같은 방송이란 느낌을 준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양한 종목의 시청도 가능해졌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질 높은 방송을 시청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단독 중계를 맡은 만큼 철저하게 준비했어야 했지만, SBS의 중계방송 실력은 기대 이하였다. 문제가 됐던 스피드 스케이팅 해설자의 경우만이 아니라, 다른 진행자나 해설자도 전반적으로 준비가 부족하고 전문성이 없었다.

따라서 다른 방송사도 중계할 수 있도록 보편적 시청권을 확립해야 한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그러나 보편적 시청권에 대해서는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보편적 시청권 개념은 영국에서 정립된 것으로, 국민이 관심을 갖는 올림픽, 월드컵, 국왕 즉위식 등의 중계를 모든 국민이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료방송으로만 시청하게 해서는 안 되고, 지상파 무료 방송을 통해서도 시청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편적 시청권 개념을 정립한 영국에서는 BBC가 단독 방송 중계권을 갖고 있다.

이번 올림픽 단독 중계방송은 처음인 만큼 시행착오도 있고, 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당장 6월 월드컵부터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는다. 해결책은 있다. 이제는 방송협회가 나서야 한다. 방송협회가 나서서 자율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방송사들의 이해를 조정해야 한다. 디지털 융합 시대에는 자율 경쟁만큼이나 자율 규제가 중요한 가치다. 방송협회가 주축이 되어 합리적이고 깨지지 않는 룰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개별 방송사들이 중계권 경쟁에 나서면 중계권료가 올라간다. 일본이 재팬 컨소시엄으로 중계권 협상에 나서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는 방송협회가 주축이 되어 코리아 컨소시엄으로 중계권료 협상에 나서는 것이다. 이번 올림픽 중계방송을 그런 변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김대호 인하대 교수·언론정보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