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질 부적합' 공개] 새만금도 시화호 꼴 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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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새만금 간척사업을 둘러싸고 1998년 이후 만 3년 동안 논란이 계속된 가운데 사업의 성패가 달려 있는 담수호(민물호.조성 예정)수질에 대한 환경부의 예측 결과가 5일 처음으로 공개됐다.

사실 그동안 정부는 방침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료가 공개될 경우 정책 결정에 혼선을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들어 수질 예측 결과의 공개를 거부한 채 대책을 보완해 가면서 수질 예측을 반복해왔다. 그러나 국회 환경노동위의 거센 요구에 따라 이날 자료를 공개함으로써 새만금 사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특히 농지 간척을 목적으로 하는 새만금 사업에서 만경강 수역에 조성될 담수호가 농업용수로 부적합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옴에 따라 당장 사업 방향의 일부 혹은 전면적인 수정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환경부의 수질 예측 결과 동진강쪽만 민물을 채우기 시작하는 2012년을 기준으로 농업용수로 사용이 가능한 4급수로 예측됐다.

환경부가 하수처리율을 높이고 축산 폐수 처리 대책을 보완하는 등 기존 대책안은 물론 만경강 물을 서해로 곧장 빼내는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한 방안까지 포함했음에도 이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또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의 경우 취수 지점 세 곳에서 5.6~9.2ppm으로 농업용수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까지 예상됐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추가 대책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경기도 안산 시화호의 최고 오염도인 COD 26ppm에 육박하는 21ppm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 환경부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농림부 등에서는 일단 외곽 방조제를 완공한 뒤 수질이 상대적으로 나은 동진강 쪽만 우선 간척하고 만경강 수역은 앞으로 수질을 따져 보면서 간척 여부를 결정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 방조제 공사비는 그대로 들어가는데 조성될 농지 면적은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토막' 사업이 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만경강 쪽 방조제 공사를 포기하는 경우도 고군산군도 신시도와 김제를 담수호용 방수제(防水堤)가 아닌 튼튼한 방조제로 연결해야 하기 때문에 수천억원의 돈과 수천만t의 토석이 추가로 필요하다. 환경영향평가도 새로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당장 환경단체들은 "정치적 타협의 시도" 라며 반발하고 있고 사업 주체인 농업기반공사측도 "경제적 타당성이 문제" 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결국 이달 말 정부가 새만금 사업의 계속 여부를 결정하기까지는 논란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 역시 사업을 당초 계획대로 강행하기엔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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