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CI] 어둠이 짙을수록 … 스타 기업 빛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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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제너럴모터스(GM) 같은 대기업이 위기를 겪고 있다. 굳이 GM 같은 글로벌 기업이 아니더라도 모든 기업은 존폐의 위기를 맞게 마련이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필립 코틀러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에게 한 기업인이 던진 질문이다. ‘마케팅의 대부’로 불리는 코틀러의 대답은 명쾌했다. “세 가지 순서에 따르면 된다. 가장 먼저 사람이다. 기업의 혁신을 일궈낼 유능한 리더가 필요하다. 그 다음이 브랜드다. 내가 만약 GM의 최고경영자(CEO)라면 경쟁력 있는 브랜드에 집중 투자할 것이다. 그런 다음, 기업의 핵심역량을 찾아내고 이익 창출구조를 바꾸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코틀러는 기업을 회생시키는 핵심 키워드로 사람과 함께 브랜드 경쟁력을 꼽았다. 기업이 어려울 때일수록, 경기가 불황일수록 브랜드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는 얘기다.

한국 기업은 어떨까. 한국생산성본부는 최근 4만7600명의 소비자 평가를 바탕으로 브랜드 경쟁력을 분석한 ‘2010 국가브랜드경쟁력지수(NBCI)’를 발표했다. 디지털TV·에어컨·아파트·우유 등 25개 내구재·비내구재 제품군 90개 브랜드의 경쟁력을 100점 만점으로 지수화한 것이다. 이 결과 올해 평균 점수는 66.9점으로 지난해(70.8점)보다 3.9점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생산성본부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적용했던 미래 브랜드 시장점유율을 올해는 조사 시점의 점유율로 보정했다”며 “이 기준대로라면 지난해 NBCI는 65.6점으로 내용적으로는 올해 1.3점 향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디지털TV·노트북 컴퓨터·휴대전화 단말기 등 6개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현대자동차는 준중형·중형·스포츠유틸리티차량 자동차 3개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LG전자는 디지털TV·드럼세탁기·에어컨 3개 부문에서 1위에 꼽혔다. 제품군별로는 김치냉장고(73점)·우유(71점)·가스보일러(71점) 순으로 브랜드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브랜드로 보면 애니콜(휴대전화 단말기)과 하이트(맥주)가 가장 높은 점수(76점)를 받았다. 백인기 생산성본부 고객가치지수 센터장은 “불황 때 마케팅 활동에 과감하게 투자한 기업들의 NBCI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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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재 기자

[어떻게 조사했나] 4만7600명 일대일 조사

이번 한국생산성본부 국가브랜드경쟁력지수(NBCI ) 조사는 국내총생산(GDP)에서 비중이 높거나 소비자 생활과 밀접한 내구재 및 비내구재 부문의 25개 제품군을 대상으로 했다.

이를 위해 한국생산성본부는 지난해 12월 23일부터 올해 2월 1일(41일간)까지 서울과 부산·대구·대전·광주 5대 대도시에서 4만7600명을 대상으로 일대일 개별 설문조사를 했다. 다만 아파트는 조사 대상 브랜드가 모두 위치해 있는 서울·대구만을 대상으로 했다. 특정 브랜드 사용자 또는 미사용자만의 관점이 반영된 지수 산출을 피하기 위해 사용자와 비사용자를 구분했다. 이번 조사에서 사용자 표본은 1만2600명, 비사용자 표본은 3만5000명이었다.

구체적인 평가 항목은 브랜드 인지도 및 이미지·충성도, 마케팅 활동, 관계 구축, 구매 의도 등 여섯 가지로 나뉜다. 시장점유율이 높은 브랜드이지만 NBCI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점유율은 다소 떨어지지만 NBCI가 높은 브랜드도 있다. 이는 NBCI가 시장점유율과 관련은 있지만 종속적인 영향을 받지 않음을 의미한다. 한편 한국생산성본부는 오는 6~7월 중 증권·보험·신용카드·초고속인터넷 등 20여 개 서비스 제품군에 대한 NBCI를 조사할 예정이다. 결과는 9월에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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