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촌의 사랑채' 양동마을 관가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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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한국의 대표적 양반마을을 꼽으라고 하면 사람들은 보통 하회마을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하회보다 더 큰 반촌이 바로 경주시 강동면의 양동마을입니다. 워낙 유명한 경주에 가깝다 보니 손해를 본 셈이지요.

하회마을이 강가에 배치된 수평적 구조라면 양동마을은 구릉지대에 자리잡은 입체적 구조이며, 하회가 풍산 유씨의 단일 집성촌이라면 양동마을은 월성 손씨와 여강 이씨의 집성촌입니다.

이 곳을 제대로 보려면 삼사일쯤 잡아야 할 만큼 귀중한 전통가옥이 많아서 살아있는 건축박물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구릉지대의 높은 곳에는 양반의 가옥이 있고 그 아래쪽에 하인들의 초가집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 전통가옥들은 나라에서 무료로 수리를 하여 줍니다만 현지 주민들의 불편은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요즘 세상에 재래식 부엌이나 화장실이 말이나 됩니까. 이러니 멀쩡한 한옥이 비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을 어귀의 좌측 언덕을 넘어서면 손씨 종가의 관가정(觀稼亭)이 있습니다.

관가정은 보물 422호로서 ㅁ자형 건물에 좌우로 날개가 나온 형태입니다. 그림에 보이는 건물이 관가정 서쪽의 사랑채로서 대청마루 밑을 낮추어놓고 난간을 둘러 정자와 같은 분위기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고목이 된 목백일홍이 흐드러지게 핀 날 관가정에 앉아 형산강가의 너른 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해질녘이 되어도 일어설 수가 없습니다.

글 .그림 : 김영택(펜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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